"대가를 치르다"라는 말은 원래 재화나 용역이나 창안에 대한 그 만큼의 값어치를 쳐준다는 뜻이며, 경제학의 만고의 진리이다. 다르게 말하면 물건이나 서비스나 아이디어의 그 어떤 것도 얻으면 그 값을 치러야 하는, 즉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다.

 이것을 트레이드오프(trade-off)라고 하는데, 책에서는 "교환" "거래" "계약" "균형" "선택" 등으로 번역한다. 이때 trade는 거래에서 "가져오는 것/받는 것"을, off는 "내놓는 것/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요즘처럼 범죄가 춤추는 세상에서는 "죄 값을 치르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저지른 죄만큼을 법적으로, 생명이나 체형이나 벌금으로 치환하여 그 대가를 물리도록 하는 균형적 맞교환제도이다.

 노사협상이나 파업에 대한 정부의 협상도 대표적인 맞교환의 사례이다. 어느 한 쪽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결과가 한 쪽으로 기울면 균형이 깨진다. 이것은 곧 게임의 질서가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하고, 어느 쪽이 더 얻는다고 해도 심한 후유증과 경제적 혼란을 유발하기가 십상이다.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면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일관되고 균형있는 협상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하나를 쥐면 하나를 놓아야 하는, 주고받는 거래의 관계가 바로 선택의 관계이다. 그런데 취할 것만 취하고 버리지 않으면 그야말로 균형이 깨진다.

 인도의 산스크리트 설화집 "판차탄트라"의 다섯 장 이야기 중, 네 번째 토막의 "얻은 것의 잃음"은 2천년도 전에 이미 이 선택의 가르침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어리석고 과욕한 선택이 얼마나 후회와 가슴저린 결과를 가져다 주는가하는". 사기꾼과 짜고 빼돌린 남편재산을 몽땅 사기꾼에게 잃고, 손바닥으로 가려도 될 부분조차 가릴 것이 없이 강가에 쪼그리고 있는 음탕하고 과욕한 "농부의 아내 이야기" 중에는 욕심이 부른 어리석은 선택을 비웃는 암 자칼의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고기 덩어리를 한입 문 암 자칼 한 마리가 강가에 나타났는데 그때 마침 물고기 한 마리가 물 밖으로 튀어나와 뒹굴고 있었지. 그것은 본 암 자칼이 물고 있던 고기 덩어리를 내려놓고 물고기를 잡으려고 덤벼들었네. 놀란 물고기가 죽을 힘을 내 요동을 치는 바람에 자칼이 오기도 전에 도로 물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지. 머쓱해진 암 자칼은 고기조각을 내려놓은 곳으로 어슬렁거리며 돌아왔지. 그런데 웬걸 눈 깜짝할 사이에 독수리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내려오더니 그만 고기 덩어리를 낚아채 날아가 버렸네. 암 자칼은 하늘을 한번, 강물을 한번 번갈아 쳐다보며 쓴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지. 이때 속이 상할 대로 상해 있는 암 자칼에게 여인이 핀잔을 주었지. 고기 덩어리도 물고기도 다 놓치고 닭"던 개 신세에 무얼 그리 쳐다보느냐고. 그랬더니 암 자칼이, 야 이 발가벗은 여자야, 바로 너야말로 남편도 애인도 다 잃은 처지에 무얼 그리 뚫어지게 쳐다보느냐고 되받아 쳤지."

 이 "이득의 상실"에서 보는 비싼 기회의 비용!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릴 것인가를 선택하는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 경제학이고, 현실적으로 이런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경제정책이다.

 정부가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막기 위해 카드사에 일시적인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은 금융의 부실을 치유한다는 차원에서 탓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공적자금으로 지원해서는 안된다. 물론 주주들이 해당 카드회사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별도다. 스스로 위험을 떠안겠다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발가벗은 여인이 겨울이 돼 얼어 죽든지 자칼에게 잡혀 먹히든지는 단지 개인적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카드회사나 가입자가 저지른 선택의 값비싼 대가는 당사자들의 몫이 돼야지 선량한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이것이 금융행위의 책임에 대한 단호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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