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연립정부가 9일(현지시간) 115억 유로 규모의 재정 감축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아울러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조정 협상도 아직은 별 진전이 없어 구제금융 분할 차기 집행분이 언제 지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신민당 소속인 안토니오 사마라스 총리와 연정 파트너인 사회당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당수, 민주좌파당의 포티스 쿠벨리스 당수는 이날 합의를 시도했으나 연금과 임금 삭감 등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쿠벨리스 당수는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아직 감축안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베니젤로스 당수도 “우리는 (국민의) 인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며 “전면적인 연금 삭감과 장애인 수당 삭감 등은 동의할 수 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세 사람은 오는 12일 저녁 다시 만나 감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 감축안 이행을 국제 채권단에 약속해야 315억 유로 규모의 차기 집행분을 받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피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 이뤄진 국제 채권단인 이른바 ‘트로이카’는 1천300억 유로 규모의 제2차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키로 했으나 실제로는 그리스의 개혁 이행 실적과 여건 변화 등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분할 지급한다.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에 공기업 매각, 연금 등 각종 복지와 공무원 임금 삭감 등을 통해 2013~2014년 2년 간 모두 115억 유로 규모의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적자 규모를 감축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리스 정부는 지나친 감축을 하면 사회적 저항이 더 거세지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침체가 더 심화될 것이라면서 감축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줄 것을 트로이카에 요구하고 있다.
 트로이카 내의 일각에선 그리스 측의 연장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로이카는 또 회계 부정 방지, 민영화 가속, 노동시장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그리스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이날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트로이카 실사단과 만나 재정감축 시한 연장을 포함한 구제금융 프로그램 재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 소식통은 “회담에서 어떤 것도 끝내지 못했으며, 일상적인 말만 했다”면서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분위기는 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으며, 폴 톰센 IMF 그리스 연락사무소 대표도 “좋은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트로이카 실무진은 현재 그리스에서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 실적과 여건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오는 14일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어 실무진의 보고서를 토대로 상황을 평가한 뒤 재정적자 감축 기간 연장과 구제금융 추가 집행분 지급 여부 등을 결정한다.
 이에 앞서 사마라스 총리는 10일 ‘트로이카’ 실사단과 만나며, 11일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회동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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