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배따라기"는 아내와 동생과의 관계를 "오해"로 빚어진 낭만적 색채가 짙은 단편소설이다. "나"의 이야기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그"의 이야기를 "배따라기"라는 노래로 접합시킨 작품이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어느 화창한 봄날, "나"는 대동강에서 배따라기 노래를 듣고 노래의 주인공인 뱃사람 "그"를 만나 남다른 사연을 듣게 된다. 아내와 동생과의 관계를 오해한 "그"는 아내를 내쫓는다. 그것이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아내는 물에 빠져 죽은 뒤였고, 이어 아우도 집을 나가 바다로 떠나자 "그"도 뱃사공이 되어 아우를 찾아 헤맨다. 그 뒤 6년만에 "그"는 배가 강화도를 지날 때 멀리서 들려오는 아우의 "배따라기"를 들었을 뿐 만나지 못하였다. "그"는 "나"에게 이 사연을 들려 주고는 떠나 버린다.

 최근 일부 언론에 청와대의 비리가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대북송금 의혹 과정에서 터져나온 각종 의혹이 대상이다. 사건의 진원지는 이전의 "국민의 정부"때 이야기다. 지난 2000년6월 이뤄진 대북송금 사건과 2002년4월 발생한 100억원대 강도 사건이 주요 관심사인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주연은 물론 조연 등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국민의 정부" 청와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보도하면서 "발생 시점"이 빠지고 "과거"가 "현재 진행형"으로 둔갑해 보도되는 모습에 현 "참여정부" 청와대가 발끈하고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는 특히 "김영완씨 집 떼강도 사건 커지는 의혹"이란 제목에서 "지난해"란 발생시점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보도, "4월1일" "4월11일" "사건 발생 15일 후" 등 마치 올들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축소은폐 시도가 있었던 것처럼 표현된 사례, "경찰이 청와대의 압력으로 현장조사도 하지 못했다"고 보도되면서 언제 이같은 압력이 행사됐는지는 아예 언급조차 안된 부분 등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마치 현 정부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오해받는데 안타까워 하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지난 정부와 관련된 보도에 청와대가 자꾸 나오는데 현 청와대와 혼동된다"며 "이를 구분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신·구 청와대"를 구분, 보도해달라는 주문이다. 윤 대변인은 "전 청와대와 현 청와대가 구분되지 않아 자꾸 혼란이 야기돼, 실제로 확인 전화들이 많이 걸려오고 있다"며 "특히 몇몇 부서에는 최근 "그런 사람이 거기에 근무하고 있느냐"는 격앙된 항의 전화까지 걸려와 직원들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 놓았다.

 항의전화를 자주 받은 부서 직원들은 홍보수석실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고, 이에 대변인이 나서 구분 요청을 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춘추관 주변에서는 "신·구 청와대" "DJ 청와대, 노 청와대" "국민의 정부 청와대, 참여정부 청와대" 등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으나 최상의 표현은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일들이 오해에서 비롯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어 현 청와대가 억울해 하는 것도 다소 이해가 간다. 그러나 무엇보다 언론이 더 이상 "배따라기" 노래를 만들어내서는 안될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 국민들은 과거 우매했던 모습 그대로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오히려 정부나 언론보다 사고가 한 걸음 더 앞서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앞서 청와대도 여러 일들이 오해로 받아들여지기 전에 언론이 이해할 수 있도록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현재 일련의 일들이 5년 뒤 "참여정부"의 청와대 모습이 안되길 기대해 본다. jh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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