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화섬업체에서 사내 하청기업을 운영하는 L사장은 한때 큰 고민이 인력수급문제였다. 섬유공장이 대표적인 3D업종으로 손꼽히는 만큼 고교 졸업생들을 고용하는데 애를 태웠고, 애써 채용한 직원들도 얼마안돼 그만두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위축과 일거리가 줄어든 지난 몇달 동안 L사장이 운영하는 업체는 단 한명의 인력채용이 없었고, 취업생을 둔 학교에서는 L사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최근의 실업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실업률은 3.2%, 실업자 수는 74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중에서도 29세 이하의 청년실업률은 7.2%, 실업자는 36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같은 실업의 원인을 두고 혹자는 세계경기의 침체 때문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이라거나 기업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한다. 보는 측면에 따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최근 노사분쟁을 보면 "파업"이 "실업"을 부추길 수 있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난 2일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의 전투적 노조는 약자의 권리를 지키는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호전적이고, 불필요한 고용까지 옹호하고 있다"며 "파업은 한국경제를 악화시키고 실업률만 높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참여정부 경제비전에 대한 국제회의"에 참가한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의 경고도 간과하지 못할 그 무엇이 있다. 로버트 배로 교수는 "독일·프랑스식 친노적 태도는 노동의 유연성을 해치고 생산성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기업의 신규노동력 유입을 가로막아 실업률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

 이런 점에서 실업자로 가득찬 "버려진 땅"으로 불리었던 아일랜드의 눈부신 변신은 많은 교훈을 준다. 노동자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고용과 임금에서 희생을 감수하는 대신 기업은 일자리 창출로 보답하는 대타협으로 아일랜드는 "세계화 일등국가"를 이루었다는 평가이다. "파업은 곧 일감의 감소를 의미하고, 자기손해로 돌아온다"는 논리를 노동자들이 공감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는 관측이 많다.

 우리나라 노동계도 지금 당장의 파업으로 단기적인 성과는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칫 일자리 감소와 실업자 증가, 기업의 쇠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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