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으로.」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구민정(29.현대건설)과 김남순(32.담배인삼공사)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오는 9일 동해에서 1차전을 갖는 2002현대카드 배구슈퍼"세미프로리그 여자부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각각 창과 방패가 돼 맞서는 것.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눠야하는 얄궂은 운명이다.

 김남순은 팀의 공격과 수비를 이끄는 리더로서 현대의 주득점 루트인 구민정을봉쇄해야 하고 구민정은 전승우승과 팀 회생의 희망을 어깨에 짊어진 채 옛 한일합섬 선배의 블로킹을 뚫어야한다.

 각각 여자배구의 좌,우 공격수를 대표하는 이들은 한일합섬에서 동고동락했던선.후배 사이로 92, 94, 96년 슈퍼리그 준우승과 「97슈퍼리그 1차대회 무실세트 우승을 함께 했다.

 그러다 98년 초 팀이 해체되자 구민정은 현대로 둥지를 옮겼고 김남순은 결혼과함께 코트를 떠났다가 2년만에 담배공사로 현역 복귀했다.

 헤어진지 처음으로 결승에서 맞대결을 가져 감회가 남다르지만 승자만이 기억되는 승부 세계의 냉엄함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출 수는 없다.

 김남순은 『옛 추억과 승부는 별개』라며 특유의 근성을 보였고 구민정은 『언니와의 정면대결이 기다려진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에 양팀 감독까지 가세, 첫 판을 맞불작전으로 나서겠다고 공언해 팬들의 입맛을 당기고 있다.

 현대 유화석 감독은 『블로킹 능력은 비슷하지만 공격력과 체력은 구민정이 우위라서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며 『노련미에서 김남순이 다소 앞서지만 센터 장소연과세터 강혜미가 이를 거뜬히 메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김남순을 철저히 파악했다』면서 오히려 김향숙, 홍미선, 임효숙, 박경랑 등 상대의 신진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예상했다.

 그러나 담배공 김형실 감독은 『김남순이 구민정의 공격성공률을 30%대에서 막아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두 선수가 마주보면서 싸우는 맞불작전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현대 공격진이 전승우승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경기 리듬을 잃을수 있다는 데 주목, 초반 블로킹 우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작정이다.

 송만기 배구협회 홍보위원은 『객관적 전력상 현대가 6대4로 우위지만 공격은 현대, 수비는 담배공이 좋아 매세트 접전이 불가피하다』며 『구민정과 김남순이 어떻게때리고 막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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