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가 끝난 뒤부터 시작될 여름휴가 계획에 장마철 눅눅함조차도 마음을 들뜨게 한다. 직장생활, 자녀교육에 떠밀려 모처럼 "나만의 시간"을 갖고싶다면 속세를 벗어난 듯한 휴식공간, 호암미술관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1982년에 개원한 국내 최대 규모의 사립미술관이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생이 30여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미술품 1천2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호암미술관에 들어서면 한국 고유의 멋을 바로 접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잔디와 올곧은 소나무들, 내려다보이는 연못을 보고 있으면 마치 사극 주인공이 된 듯 하다. 우리 전통 정원의 멋을 그대로 재현한 "희원(熙園)"은 호암미술관이 정성을 기울여 가꾼 최고의 문화휴식 공간이다.

 덕수궁의 유현문을 본따 전통문양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아름다운 자태의 대문 보화문("華門)을 지나면 700여평에 2천500여그루의 대나무숲 사이로 나 있는 오솔길이 나온다. 죽림(竹林) 사이사이에 수줍게 전시돼 있는 벅수들의 정겨운 표정을 만날 수 있다. 벅수는 서민들의 소박한 소원을 빌기 위해 만든 작은 조각상으로 생김새도 친근하다.

 죽림을 지나면 연못과 그 연못에 두 발을 담근 한 간의 정자(관음정)로 구성된 소원(小園)이 나온다. 연못에는 수면 위로 잠길 듯 말듯한 기암괴석이 있다.

 호암미술관 앞 중앙으로 펼쳐진 넓은 마당 주정(主庭)은 가운데 네모 반듯한 연못과 정자(호암정), 작은 폭포와 계류, 삼층석탑이 들어서 있다. 호암정에서 시작해 좁은 문을 통해 작은 연못에 이르는 계류는 폭 1~2m, 길이 80m로 버드나무, 채진목, 붓꽃 등이 물길을 안내한다.

 호암미술관 앞으로는 전시나 국악연주 등의 공연과 행사를 위해 마련된 500여평 규모의 잔디마당 양대(陽臺)가 펼쳐져 있다. 미술관 건물 앞에 서있으면 동쪽으로는 소나무숲과 산, 서쪽에는 관음정, 남쪽의 산과 호수에 둘러싸인다.

 발길을 옮기면 담장에 해, 산, 내, 대나무, 소나무, 거북, 사슴, 불로초 등이 그려진 담을 만날 수 있다. 부조형식의 꽃담이 화려하면서도 은근한 멋을 풍긴다.

 희원과 함께 개원한 부르델정원도 호암미술관의 또다른 전시공간이다. 프랑스 조각의 거장 부르델(1861~1928)의 대형 조각품 9점이 전시돼 있다. 〈활쏘는 헤라클레스〉 〈폴란드 서사시〉 〈아프로디테의 탄생〉 〈싸포상〉 〈대마상〉 〈4신상(승리·웅변·자유·힘)〉을 만나볼 수 있다.

 희원 곳곳에서 삶의 여유를 만끽한 뒤 미술관 건물에 들어서면 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오는 7월31일까지 열리는 "호암미술관 명품전". 선사시대의 동검·청동방울에서부터 조선시대 오원 장승업의 "영모도"에 이르기까지 국보 28점, 보물 26점 등 총 160여점의 고분금속·금속공예·불교미술·서화·도자기 등을 5개 전시실에서 차례차례 선보인다.

 매주 토, 일요일에는 하루 네차례(오전 11시30분, 오후 1시30분, 2시30분, 3시30분) 문화자원봉사자(도슨트)들의 전시설명으로 관람 이해를 도울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고 매주 월요일은 쉰다. 관람료는 어른 3천원, 어린이 2천원이다.

 방학을 맞은 자녀와 함께라면 호암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 에버랜드를 찾아도 좋을 것 같다. 매시 정각마다 호암미술관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울산에서 호암미술관까지는 보통 5시간 정도 걸린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신갈인터체인지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해 45분정도 가면 마성톨게이트가 나온다. 여기서 15분 정도만 더 가면 호암미술관 이정표가 나온다. 고속도로 통행요금은 울산에서 서울까지 경차 7천700원, 소형 1만5천400원, 중형은 1만6천200원이다. 문의 031·320·1801~2.

 울산에서 호암미술관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오기가 아쉽다면 30~40분 거리에 있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아도 좋다.

 서울대공원 내 동물원과 서울랜드 사이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 나오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한국의 옛 성곽과 봉수대, 전통마을의 담과 계단형태를 본떠 운치를 더한다. 건물 주변의 구릉을 이용한 대형 야외 조각전시장도 볼 만하다.

 현재 전시는 40여년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 온 곽덕준의 작품세계를 통해 현대미술의 또다른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곽덕준〉전이 8월31일까지 열리고 있다.

 또 동양적 사유철학이 반영된 꽃가루 작업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 볼프강 라이프의 작업 전반을 조명하는 〈통로-이행〉전이 9일부터 오는 9월12일까지 열린다.

 상설전시장에서는 오는 27일까지 한국 현대사진의 선구자이자인 고 임응식의 기증작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관 2층과 3층 중간의 〈어린이 미술관〉에는 어린이를 위한 설치미술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실기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매월 첫째 일요일은 "미술관 가는 날"로 상설전시 및 기획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토,일요일 오후 7시), 관람료는 무료~700원이다. 문의 02·2188·6000. 박은정기자 musou@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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