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전술적인 짜임새와 심리전, 전체적인 밸런스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골 결정력 취약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지닌 것으로 대한축구협회의 2002한일월드컵 기술보고서에서 9일 지적됐다.

 축구협회가 이날 발간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한국축구대표팀은 3-4-2-1의 기본 시스템으로 필드플레이어들이 확실한 역할 분담을 하면서 이동, 속도, 위치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공격 형태를 시도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빠른 판단력과 좋은 위치 선정이 신속하게 공간을 폐쇄해상대를 수적 우세로 압도했고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철저히 봉쇄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과정에서도 결정력이 약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공격 지향적이어서 상대의 빠른 역습에 허점을 드러냈고 볼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가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올 경우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경기마다 전술구조나 경기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지난 월드컵에서 중요한 무기로 사용됐는데,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뒤지고 있을 때 3-4-3에서 3-5-2로 극히 위험한 전환을 시도하는 결단을 내렸고 결국이는 승부수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축구협회 기술분석관은 한국의 경기별 분석 소견으로 ▲폴란드와의 경기는 초반무거운 몸놀림을 노장 3인방의 투혼으로 극복해냈고 ▲미국을 상대로는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족이 재연됐으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빠른 압박과 맨투맨 수비가승리의 결정적 요소가 됐다고 각각 분석했다.

 또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은 실점 후 침착성을 잃지 않고 득점을 시도하려는 집중력이 돋보였고 ▲스페인과의 8강전은 체력 저하와 상대의 짜임새있는 경기운영으로 고전했지만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심리적 우위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

 독일과의 준결승전은 미드필드에서 빠른 공격 전환과 측면 공격이 효과적으로나타났지만 상대 공격을 도중 차단하고 역습을 시도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분석이 나왔고, 터키와의 3.4위전은 집중력 저하로 수비 실수가 패배를 자초한 가운데 대형 스트라이커의 필요성을 절감한 경기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일월드컵 64경기에서 나타난 각 팀의 기술과 전술, 공수전환형태 등을 그래픽을 활용해 종합 분석한 책자로 1천500부가 발간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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