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미 많은 이가 지적했듯이 간무에게 백제 피가 섞여 있다는 주장은 결코 새삼스러울 게 없다. 아키히토 자신이 인용했듯이 일본 정사 중의 하나인 〈속일본기〉에 그렇게 씌어 있기 때문이다.
간무의 생전 이름은 〈속일본기〉와 고대 일본지배층 족보인 〈신찬성씨록〉(815년 편찬) 따위의 문헌을 볼 때 그의 이름은 야마베노미코이다. 일본 연호로는 천평 9년, 즉, 서기 737년 아버지 시라카베노 오오키미, 즉 고닌(709~781, 재위 770~781)와 어머니 화씨부인에게서 태어났다.
고닌은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삼국을 통일할 무렵에 재위한 덴치(재위 661~671)의 손자이므로 계보로만 따지면 간무는 덴치의 증손자인 것이다.
간무를 낳은 화씨부인은 나중에 다카노노 아소미니이가사(?-789)라고 일컫게 되는데 바로 이 여인이 백제계인 것이다. 각종 기록을 볼 때 화씨부인은 그 아버지가 왜왕실의 조신인 야마토노 오토츠쿠이다. 한데 야마토노 오토츠쿠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백제제25대 무령왕(재위 501~523)에게 닿는다.
서기 720년 편찬 완료된 고대 일본정사인 〈일본서기〉를 보면 무령왕 아들로 순타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즉, 이 책 게타이 천황 7년(513) 가을8월 조에 보면 "계미일이 그 달 첫날인 이 달 무신날(26일)에 백제 태자 순타가 죽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기록이 정확하다면 백제 제26대 성왕(성명왕. 재위 523-554)은 무령왕의 맏아들이 아니라 형 순타가 일찍 죽는 바람에 태자가 되어 즉위했음을 알 수 있다.
무령→사아군→법사군으로 이어지는 계보가 나중에 간무천황을 낳은 화씨부인에게까지 연결된다는 점이다. 아키히토가 간무의 생모가 백제계라는 언급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