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키히토 천황이 68세 생일을 앞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간무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밝힌 사실을 두고 국내 언론은 마치 대단한 사건이나 되는양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가 지적했듯이 간무에게 백제 피가 섞여 있다는 주장은 결코 새삼스러울 게 없다. 아키히토 자신이 인용했듯이 일본 정사 중의 하나인 〈속일본기〉에 그렇게 씌어 있기 때문이다.

 간무의 생전 이름은 〈속일본기〉와 고대 일본지배층 족보인 〈신찬성씨록〉(815년 편찬) 따위의 문헌을 볼 때 그의 이름은 야마베노미코이다. 일본 연호로는 천평 9년, 즉, 서기 737년 아버지 시라카베노 오오키미, 즉 고닌(709~781, 재위 770~781)와 어머니 화씨부인에게서 태어났다.

 고닌은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삼국을 통일할 무렵에 재위한 덴치(재위 661~671)의 손자이므로 계보로만 따지면 간무는 덴치의 증손자인 것이다.

 간무를 낳은 화씨부인은 나중에 다카노노 아소미니이가사(?-789)라고 일컫게 되는데 바로 이 여인이 백제계인 것이다. 각종 기록을 볼 때 화씨부인은 그 아버지가 왜왕실의 조신인 야마토노 오토츠쿠이다. 한데 야마토노 오토츠쿠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백제제25대 무령왕(재위 501~523)에게 닿는다.

 서기 720년 편찬 완료된 고대 일본정사인 〈일본서기〉를 보면 무령왕 아들로 순타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즉, 이 책 게타이 천황 7년(513) 가을8월 조에 보면 "계미일이 그 달 첫날인 이 달 무신날(26일)에 백제 태자 순타가 죽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기록이 정확하다면 백제 제26대 성왕(성명왕. 재위 523-554)은 무령왕의 맏아들이 아니라 형 순타가 일찍 죽는 바람에 태자가 되어 즉위했음을 알 수 있다.

 무령→사아군→법사군으로 이어지는 계보가 나중에 간무천황을 낳은 화씨부인에게까지 연결된다는 점이다. 아키히토가 간무의 생모가 백제계라는 언급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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