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령 울산시의원
울산에 지하보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8년 성남과 우정 지하보도다. 그 후 신정, 삼호, 공업탑, 문수 지하보도 순으로 설치되어 현재 6개 지하보도에 전체면적은 3403㎡나 된다. 과거는 자동차 중심 세상이었다. 교통사고 사망률 1위라는 오명도 따라다녔다. 그러나 보행자 중심의 사고가 자리를 잡으면서 지하보도와 육교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만들어진지 오래됐고 도시흐름도 바뀌면서 장애인, 노인, 주부, 아이들에게 전혀 편하지도 않고 오히려 불편하기까지 하다. 지하보도, 육교 주위에 횡단보도가 생겨나면서 보행자가 없는 곳도 생겨났다. 유지관리도 어렵고, 밤에는 우범지대가 돼 보행로 역할도 못하고 방범에도 문제가 있는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1970~90년대 개발과 성장의 욕구가 분출된 상징물처럼 남아 있는게 현실이다.

이러한 사유로 여러 도시에서 지하보도와 육교에 대한 철거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그리 쉽지 않다. 육교를 없애려면 많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자치 단체들은 철거가 아닌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으면 지하보도를 갤러리, 북카페, 역사관 등으로 꾸밀 수도 있다. 상가 주최 할인 행사를 열거나 지역 청소년과 주민행사, 특산품 일일장터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수조명 배경음악, 소품 등을 이용한 문화공간 쉼터로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2012년 5월17일 인천동구 송림 지하보도에는 ‘사진으로 남겨진 인천 동구’ ‘아뜨렛길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고 안양시 동안구 지하보도는 ‘평촌문화 갤러리’라는 이색 문화공간이 있다. 안양시에서는 학생과 먹거리촌을 찾는 시민들로 낙서와 쓰레기 등으로 불쾌감마저 초래했던 이곳에 지난해 6월 예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길이 48.8m 폭 7.7m인 이 지하보도는 예술작품 전시를 위한 조명시설과 작품걸이대, 보관소, 대기실 등이 설치되어 있고 미술, 조각, 공예, 서예, 사진, 분재 꽃꽂이 등을 전시할 수 있다. 평촌 문화갤러리는 안양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대관신청서 제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원시 영통구는 경희대학교 입구에 위치한 쑥고개 지하보도에 아쿠아리움을 주제로한 전시물을 전시하고 있다.

울산의 도심 가운데 위치한 지하보도의 새로운 변신이 필요할 때다.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지하보도의 문화공간 활용, 분명 울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울산 12경의 사계절 사진도 좋고 공업지역지정 50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업발전 및 변천사 사진도 걸어두면 더욱 좋지 않을까. 6개 지하보도의 위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맞춤형 지하보도의 다양한 문화공간으로의 변신, 상상만 해도 너무 멋지지 않은가.

얼마 전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수상한 서울청계산 입구역 화장실은 화장실 부스마다 실제 청계산에서 찍은 전경사진으로 붙여 놓아 화장실에 앉아서 청계산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화장실 전체를 청계산 숲으로 꾸며 청계산 봉우리에서 서울을 내려다 보는 기분이 들도록 하였다고 한다.

지하보도, 이제 울산의 명품으로 전국에서 유일한 울산만이 가질 수 있는 지하보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하여야 할 때라 생각한다.

허령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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