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재 울산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우리의 눈은 초록색을 볼 때 편안함을 느낀다. 광선이 각막을 거쳐 동공과 수정체를 지나 망막에 닿으면 그 곳에 있는 세포들을 자극하는데 이 세포들은 빛에 민감한 색소를 가지고 있다. 이 세포 중에 “그린 빛에 민감한 원추형은 바로 망막의 정중앙에 위치함으로서 빛이 눈의 중심에 떨어질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초록색이 눈을 가장 편하게 해주는 컬러라고 색채연구가 수지 치아자리는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교통 표지판이나 신호등은 초록색인데 사람의 눈에 민감하게 반응되어 멀리서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록색은 생물에게 시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초원이 많은 몽골인 등 유목민의 시력이 좋다. 실제로 몽골 인들의 시력은 보통 2.0이고 3.0인 사람도 많다고 한다.

초록색에 노란색이 섞인 연두색은 발랄하고 따뜻한 색으로 이른 봄을 연상하게 하는 반면, 초록색에 청색이 섞여 청록색이 되면 차가우면서도 무거워진다. 고집스럽고 완고한 인상도 풍긴다. 녹색계통 중 올리브색은 초록색에 흰색과 검은색이 약간 포함되어있는 색으로 최근에 바뀐 디지털 군복 색과 비슷하다. 디지털 군복은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자연 속에서 위장 색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도심에서의 위장성능도 지녔다. 이전의 무늬가 크고 채도가 살아있는 개구리복보다 진일보했다. 열대과일의 황제라 불리는 두리안의 열매와 나뭇잎도 올리브색과 비슷한데 색깔에서 느껴지듯 곰삭은 두리안 열매의 구릿한 냄새가 진동하는 듯하다.

평안함과 친근함을 느끼고 전달해주는 녹색이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충격적이다. 아름다운 장미의 색상은 다양하여 파란장미, 레인보우장미, 게다가 야광장미까지 거의 모든 색의 장미가 있지만 아직 녹색장미는 없다. 누군가 녹색장미를 만들어 낸다면 대박이라고 한다. 녹색 장미, 얼핏 상상하기 어려운 색이지만 충격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해줄 게 분명하다. 세익스피어는 질투심 때문에 아내를 죽인 <오셀로>에서 질투를 ‘사람의 고기를 먹는 녹색 눈의 괴물’로 묘사했다.

초록색은 상징적으로 식물과 연관이 많다. 평화, 생명, 젊음, 생존, 신선, 봄, 희망, 시기심을 상징한다.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색이기도하다. 심리적으로는 확고한 의지, 불변성을 드러낸다.

임영재 울산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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