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도 ‘양질의 법률 서비스’ 시급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 법에 보장

▲ 이재호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우리 헌법 제27조에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거주 장소와 재판을 받을 장소의 거리가 멀어 오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현재 울산은 고등법원과 가정법원 법원이 없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속한 재판을 받는데 어려움이 많다.

고등법원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는 강원(춘천), 경남(창원), 전북(전주), 충북(청주)에 설치되어 있다.

가정법원은 서울(1963년), 부산(2011년), 대구·광주·대전(2012년), 인천(2016년 예정) 등 6개 대도시와 경주, 포항, 순천, 해남, 안동, 상주 등 16개소(2012년) 등에 있어 바야흐로 전국이 가정법원 개막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울산에는 가정법원이 없다.

다른 도시처럼 울산도 매년 이혼, 청소년 문제, 가정폭력 등 가정문제와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항소건수도 매년 630건 정도로 원외재판부가 설치된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법원의 부재와 가정법원의 부재로 인하여 울산시민들은 근거리에서 사법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가정·청소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형편에 있다.

가정의 위기 대처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하면 우리 사회 전체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는 심중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는 이러한 지역사회의 요구에 가정법원의 설치로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울산의 관할 구역의 인구는 현재 140만 명에 육박하며 2015년에는 약 143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울산의 항소율도 2009년 31.1%, 2010년 33%, 2011년 36.5% 등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또한 [조]이혼률과 소년보호관찰 인원에 있어 전국적인 감소추세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오히려 증가세에 있는 것은 분명 전문적인 조정기관인 가정법원(지원)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점은 헌법상 보장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준다는 의미에서 당연한 이치이며 시민들이 항소심을 요구할 경우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진 부산고등법원까지 왕래하여야 하는 경제적 손실과 시간적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기초수급 및 조부모가정, 한부모가정, 장애가정 등 경제적으로 또 환경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어려움은 더 가중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울산의 국가에 대한 기여이다. 1인당 국세징수액 912만원으로 서울 590만원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3대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화학 부문의 생산 비중에서는 거의 압도적인 도시가 바로 울산이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25.6%, 조선의 34.5%, 화학의 30.3%를 울산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세계 38위에 해당하는 수출 1015억 달러를 자랑하고 있다. 7만 여 개의 기업체와 43만 명의 근로자만 보더라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산업도시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는 곳이 바로 울산이다.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지 15년이 되었고 국가경제에 이바지 하는 바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울산이 받는 사법서비스 혜택은 너무나 미미하다.

행정서비스의 개념이 점차 고객을 찾아가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처럼 사법서비스도 시민에게 찾아가는 형태로 전환이 요구된다. 울산시민의 염원인 고등법원 원외재판소와 가정법원(지원)이 설치된다면 사법접근성의 향상으로 시민들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한층 더 보장받게 되고 항소기피현상이 해소되어 권익이 높아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전문성 있는 법률가들의 집적으로 인해 가정·청소년 문제 등을 포함한 제반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에 수반하여 울산시민들의 시간 및 경제 비용까지 줄일 수 있으니 이것은 한 지역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환류될 수 있는 것이다.

울산시민들이 고등법원 유치와 가정법원 원외 재판부의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주민편의를 도모하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것은 국민에게 주어지는 기본권의 한 형태이다. 지역적으로도 울산에 고등법원과 가정법원 원외 재판부가 설치되면 부산 고등법원의 사법 행정 또한 그 효율성이 동시에 보장될 수 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윈윈(win-win)’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호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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