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푸어 열풍’ 불었던 올해도 가고
새해엔 ‘행복 리치’로 마음가짐 바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즐거운 나날을

▲ 임진혁 유니스트 교수·경영정보학

대선의 뜨겁던 열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는데 벌써 2012년의 끝자락이 보인다. 연말이 되면 캐럴 송과 더불어 여러 분야의 10대 뉴스가 발표되고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라는 상투적 인사말을 흔히 듣게 된다. ‘사건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다’는 의미인데 되돌아 보면 “금년은 다사다난하지 않았다”고 말했던 적이 어느 한 해라도 있었는가?

한 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어버리기 위해 먹고 마시는 망년회는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차분하게 보내자는 취지에서 송년회로 대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사다난했다는 의미는 그대로 내포되어 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선출된 것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좋은 사건들도 있지만, 금년에는 은둔형 외톨이들에 의한 강력범죄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지난 12월14일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으로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등 26명이 숨지는 참사가 그 예이다.

산업화 50주년이 되는 금년에는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무역 강국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푸어 열풍’(하우스 푸어, 전세 푸어, 베이비 푸어, 에듀 푸어, 워킹 푸어, 실버 푸어…)이 경제에 대한 사회적 불안 심리를 대변했다.

미국의 경우는 연중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12월말에 있기 때문에 별도로 송년회 같은 모임은 없다. 연말파티가 있는 경우 대개는 뷔페음식을 차려 놓고 와인 등을 제공하는 와인파티이다. 한 손엔 음식접시 그리고 다른 손엔 와인 잔 혹은 맥주병을 들고 이리 저리 다니면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먹기 때문에 앉아서 먹을 식탁이 아예 없다. 한국의 경우는 송년회의 목적이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서 음식을 먹는 것도 고역이지만 재잘거리며 대화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필자는 이 같은 재미없는 파티에서 가능하면 빨리 탈출했다. 물론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대개 댄스파티로 이어진다. 음식을 먹은 후 댄스파티가 시작되기 전에 나오곤 했다.

이런 심심한 미국식 연말파티에 비하면 한국에서는 망년회든 송년회든 걸쩍지근하다. 예전에 비해 술을 덜 마시는 추세이지만 술 마시는 것 자체가 일종의 놀이가 되어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과음하는 폐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한국 파티에서는 건배사가 빠지지 않는데 3언 절구형태의 다양한 것들이 사용된다.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외국어로 하려는 노력도 흥미롭다. 영어로 한다면서 ‘원샷!’, 불어로는 ‘마셔 불어!’를 외치며 긴장된 분위기를 일순에 웃음바다로 바꾼다. 최근에는 중국어로 한다면서 ‘막취하/소취하!’(막걸리/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라고 선창하면 ‘당취백’(당신에 취하면 백년이 즐겁다)하며 화답한다.

그런데 이 같은 짝퉁 외국어 건배사들을 내용적으로 보면 알코올과 관련되어 있다. 기왕에 외국어로 한다면 내용도 송년회에 걸맞는 것이 좋겠다.

디즈니랜드에서 만든 만화영화 라이언 킹의 주인공 심바에게 친구들이 골치 아픈 지난 일들을 잊고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충고가 담긴 노래가 사운드 트랙으로 나온다. 아프리카 동부에서 사용되는 스와힐리어인 ‘하쿠나 마타타’를 되풀이하여 외치는데 ‘근심 걱정 모두 떨쳐버려’라고 더빙되어 있다. 비슷한 뜻으로는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는 뜻의 라틴어)과 ‘지금 여기에’(Here and Now)가 있다.

새해에는 ‘희망 푸어’ 그래서 ‘행복 푸어’가 아닌 ‘행복 리치’가 되도록 자신의 심리적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 불행한 사람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며 반면에 행복한 사람은 과거를 감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오늘을 즐겁게 사는 사람이다.

나쁜 사건들과 어려운 일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사건 없었던 날들이 훨씬 더 많았지 않았는가? 사진앨범을 들여다 보면 가족, 친지, 친구 혹은 이웃들과 함께 환하게 웃으면서 만든 좋은 추억거리들로 가득하지 않은가?

복된 일들이 더 많았고 행운도 많았던 그래서 다복다행했던 금년 한 해를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고, 내년에는 더 많은 복과 행운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희망 찬 새해를 맞이하자!

임진혁 유니스트 교수·경영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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