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2인자’.
 올해 초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발롱도르(Ballon d‘Or)를 4년 연속 수상하면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수식어는 이렇게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1인자‘ 메시의 안방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호날두는 27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의 캄프누에서 열린 2012-2013 스페인 국왕컵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전부터 두 골잡이의 맞대결에 온통 관심이 쏠렸지만 무게중심이 호날두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호날두는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선제골을, 이어 결승골까지 만들어내며 메시에게 압승을 거뒀다.
 호날두는 전반 13분 헤라르드 피케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현란한 발놀림으로 공을 지키던 호날두는 피케가 다리를 걸면서 넘어졌고, 피케의 경고가 선언되면서 얻어낸 페널티킥에 침착하게 성공했다.
 페널티킥 골에 만족하지 못한 호날두는 후반 12분 문전에서 뛰어난 감각을 발휘, 골을 추가하며 바르셀로나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자신의 ’엘 클라시코‘(El Clasico) 통산 12번째 골이자 팀을 국왕컵 결승으로 이끄는 천금 같은 득점이었다.
 호날두를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해 8강에서 바르셀로나의 벽에 막힌 아쉬움을 털었고, 올 시즌 엘 클라시코에서도 2승2무1패로 앞섰다.
 프리메라리가에서 바르셀로나에 사실상 독주 체제를 허용한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에이스‘ 덕분에 자존심을 살릴 수 있었다.
 호날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이 메시는 이날 90분 동안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해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메시는 엘 클라시코 개인 통산 최다골(알프레도 디 스테파노·18골)에 1골 차로 다가섰지만, 기록 달성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전반 37분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프리킥으로 득점 기회를 맞기도 했으나 골대 왼쪽으로 살짝 빗나가 옆 그물을 스쳤다.
 정규리그에서 38골을 쏟아부으며 2위 호날두(24골)에 크게 앞선 메시로서는 이름값에는 걸맞지 않은 초라한 활약상이었다.
 메시가 침묵을 지킨 가운데 바르셀로나도 국왕컵 타이틀을 지키지 못했다.
 이날 활약으로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이후 18번의 ’엘 클라시코‘에서 12골을 기록, 맞대결 득점 기록에서는 메시(11골)를 앞섰다.
 올 시즌 들어 두 선수는 수페르코파 1∼2차전에서 2골씩, 지난해 10월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나란히 2골을 넣어 호각세를 보였으나, 이날만큼은 호날두가 당당한 1인자였다.
 호날두는 ”바르셀로나와의 맞대결은 특히 더 동기부여가 된다“면서 ”우리는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고 바르셀로나보다 잘했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물론 메시에게도 아직 복수의 기회가 남아있다.
 다음 달 3일 자정 마드리드의 홈에서 펼쳐지는 프리메라리가 26라운드가 그 무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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