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이 우려했던 대로 연립정부 구성이 어려운 상황으로 귀결됨에 따라 유로 위기가 재현되리라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또다시 치솟고 있으며 그 여파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채도 약세로 돌아섰다.
 이들 유로 위기국 채권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말 ‘전면적 통화 매입’(OMT) 방식을 도입, 이들의 채권을 “무제한 사들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서자 진정 국면을 보여왔다.
 스페인의 루이스 데 귄도스 재무장관은 26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총선 충격에도 “스페인이 OMT 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OMT 운용을 밝혔으나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총선 전까지는 시장에 ‘구두 개입’해 효과를 내온 것으로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 귄도스는 “시장 과잉 반응”도 부각시켰다.
 그는 “늘 그렇듯이 시장은 단기적으로 요동친다”면서 따라서 “여기에 너무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가 궁극적으로 사태를 수습해 개혁을 계속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NN 머니도 26일 이탈리아 사태를 ‘개혁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는 요소’로 분석하면서 ‘개혁이 뒷걸음질’ 치는 파국으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지적했다.
 
 ◇ 유로 채권시장 불안 확산= 이탈리아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6일 0.5%포인트 상승해 4.86%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채권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스페인 국채도 흔들려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와의 수익률 차(스프레드)가 이날 48베이시스포인트(1bp=0.01%)로 좁혀졌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좁혀진 것으로 투자자들이 그만큼 스페인 채권도 위험하게 본다는 뜻이다.
 10년 만기 스페인과 독일 국채 간 스프레드도 이날 393bp로 벌어졌다.
 이는 지난 몇 주 사이 가장 큰 폭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스페인이 27일 5년과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는 점을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10년 물 발행 금리가 지난해 10월의 5.5% 수준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유로 위기가 한창일 때 기록인 6대 %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스페인은 올해 채무의 25%를 차환한다는 목표를 하고 있다.
 
 ◇ 스페인 재무 “긴축 기조 불변”= 귄도스 장관은 26일 회견에서 이탈리아 사태에도 불구하고 긴축 기조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2014년에는 긴축과 부양 병행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면서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2015년까지의 중기 계획안을 오는 4월 1일까지 유럽연합(EU)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U가 스페인의 적자 감축 시한을 1년 연장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귄도스는 이어 2~3개월 안에 연금 개혁과 경쟁력 강화 입법 및 민영화 계획을 더 구체화해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실은행 정리와 관련한 세제 혜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탈리아 선거, 메르켈에 타격”= 씨티그룹의 뉴욕 소재 외환 전략 책임자 스티븐 잉글랜더는 블룸버그에 “이번 선거는 (유로 위기 타개를 위한 노력에) 처음으로 역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권자가 놀랍게도 긴축에 반대한 정치 세력을 지지했다”면서 “이것이 전이성을 가진 것이라면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즈호 인터내셔널의 런던 소재 리카르도 바르비에리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도 “채권 수익률 급등과 함께 이 모든 것이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것”이라면서 “(가뜩이나 느려진) 유로 경제 회생이 더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으로 아토스 오리진의 최고경영자(CEO)인 티에리 브레통은 “개혁 지속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못하면 모든 유럽국이 이탈리아처럼 된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이탈리아 선거 결과가 긴축을 강조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타격이 아닐 수 없다고 분석했다.

 ◇ 일각서 “단기적인 시장 과잉 반응” 지적 제기= 귄도스 장관은 “시장은 늘 단기적으로 과잉 반응한다”면서 따라서 “이를 너무 주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결국 안정을 되찾고 개혁을 지속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NN 머니도 26일 ‘이탈리아 사태가 전체 유럽을 뒤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 머니는 투자자와 분석가를 인용해 이탈리아 상원을 장악하지 못했으나 하원에서는 과반을 잡은 중도 좌파 민주당의 피에르 베르사니가 마리오 몬티 전 총리와 연대해 상원 다수 세력이 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중도 우파를 견제하며 개혁을 이어갈 수 있길 시장이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워낙 힘이 부치기 때문에 개혁 속도와 수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은행의 마르코 발리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CNN 머니에 “이탈리아가 흔들리지만 이미 적지않은 개혁을 실행했다”면서 “결코 뒷걸음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와 관련, EU도 앞서 이탈리아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지난해보다는 개선돼 올해 차입이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내다본 점을 CNN 머니는 상기시켰다.
 이탈리아도 27일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해 30억~40억 유로를 차입할 예정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발행 금리가 5%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0년 물 수익률이 6.6%까지 치솟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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