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의 폭풍이 수그러들 줄 모르는 시리아에서 짧게는 수백년, 길게는 2천년 이상에 걸쳐 조성된 문화유산들이 돌더미로 변할 위기에 처했다.
 연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북부 알레포의 구시가지 ‘올드 시티’는 이미 전쟁터로 변했고, 시리아 전국의 다른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들도 점점 훼손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 관계자들과 반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알레포 올드 시티의 우마이야드 모스크 남쪽 외벽이 교전 과정에서 크게 부서졌다.
 반군 소식통들은 모스크 안에 진지를 마련한 정부군을 몰아내기 위해 전투를 벌였다고 전했고, 한 정부군 관계자는 반군 측에서 모스크 경내로 진입하기 위해 남쪽 외벽 일부를 폭파시켰다고 주장했다.
 기원 전 2세기 경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알레포 구시가지에는 12세기에 지어진 우마이야드 모스크를 비롯해 성곽과 이슬람 학교 등 많은 고대 유적지가 있다.
 정부군이 주요 거점으로 삼고 있는 알레포 서쪽의 경찰학교에서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반군이 사제 로켓과 빼앗은 전차를 앞세워 공세에 나섰고, 정부군은 포격과 폭격으로 맞섰다.
 시리아의 다른 유네스코 세계유산들도 조금씩 파손되고 있다.
 십자군이 지은 성채 중 가장 보존이 잘 된 곳으로 꼽히는 시리아 북서부의 ‘기사의 성채’ 내부는 문화재 약탈꾼들의 난입으로 엉망이 됐다.
 중부 팔미라의 고대 로마 유적들 역시 교전 과정에서 점점 더 파손되고 있다.
 다른 세계유산들의 경우에도 정부군이나 반군이 기지나 주둔지로 사용하면서 점점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약 2년 동안의 내전으로 7만 명 가량의 시리아인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유적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26일 하루에만 시리아 전역에서 97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시리아 사태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국제 회담이 28일 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시리아 반군 측이 대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독일 베를린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건설적인” 두 시간 동안의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 야권과 반군 측에서도 협상단 참석자 명단을 확정하라고 요구했다.
 시리아 야권은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이유로 로마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미국과 영국의 설득으로 불참 방침을 번복했다./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