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울산지역 노동계의 쟁점은 화섬업계의 구조조정과 이에 대한 노조의 반발로 요약된다.

 또 단일노조로는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의 교섭이 결코 순탄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올해 초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여오던 효성과 태광산업·대한화섬, 고합 등 울산지역 화섬3사는 5월말부터 표면적으로 마찰을 빚다가 6월5일 마침내 효성에 대한 공권력 투입으로 폭발했다.

 5일 새벽 5시30분께 3천700여명의 경찰병력이 효성 울산공장으로 진입, 농성중이던 300여명의 노조원들을 연행하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화섬3사의 노조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로부터 약 한달동안 시청 앞 등 울산지역 곳곳은 화염병과 돌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로 돌변했다.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5월28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던 효성의 공장가동이 다시 정상화의 길로 돌아선 반면 태광산업은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에 동참하면서 6월12일 길고 긴 83일간의 장기파업에 들어갔다. 공장은 멈추고 노조원들은 매일 거리로 뛰쳐나왔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던 태광·대한화섬은 결국 지난 9월2일 일단 조업에 복귀하고 현안문제를 한달 이내에 타결한다는 조건으로 문제를 매듭지었다. 회사는 회사대로 3천800억원이라는 생산차질을 빚었고 노조도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태광산업·대한화섬은 11월10일자로 마침내 507명에 대한 인력구조조정을 정리해고 91명과 징계해고 20명, 자연감소 1명 등을 통해 이뤄냈다.

 효성도 나름대로 공장가동을 정상화 시키면서 당초의 목표대로 전환배치 등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경쟁력을 상실한 화섬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절박한 상황인식과 노조의 반발은 여름한철 서로 깊은 상처를 입혔으며 결국 구조조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밖에도 올 여름 시민들을 극도로 불편하게 했던 시내버스 파업이 76일이라는 초유의 파업기록를 남겼다. 당초 노사교섭안 보다는 본질에서 다소 어긋난 노조간부의 징계수위를 놓고 파업을 지속한 노조는 결국 크게 얻은 것 없이 여론에 떠밀리고 동력을 상실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조업에 복귀했다.

 한편 단위 사업장 가운데 전국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두고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 노사의 가장 큰 쟁점사항은 △구조조정 관련 노사합의 △성과금 가운데 30% 배분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 △해고자 10명 복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40시간 근무 등 단협안이다.

 노조는 당초 예년에 비해 3~4배 가량이 많은 개정 단협안 103개를 회사에 제출했으나 회사측은 노조가 제출한 단협안 가운데 상당수가 경영권과 인사권 등 경영부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곤란한 입장을 표명, 최근까지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부분파업을 실시, 회사를 압박하고 있는 등 아직까지 임금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조차 못한 채 단협안 개정문제에만 매달려 있어 협상 장기화마저 우려되고 있다.

 다만 이달들어 단협안 협상에서 노사간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노사 양측 모두 올 연말까지 협상을 마무리지을 방침으로 있어 의외의 협상 성과도 전망되고 있다. 이재명기자 jmlee·이상용기자 lsy@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