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알찬 새해를 설계해야할 12월에 접어들었다. 부쩍 잦아진 각종 송년 모임으로 밤을 밝히는 도심의 야경이 붉게 물들고 있긴 하지만, 예년처럼 활기찬 모습이 아닌 것 같다. 길거리의 포장마차 천막 틈새로 들여다보이는 주객들의 표정도 썩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새해 벽두부터 마치 안개 자욱한 비포장도로를 달려온 듯한 국내외 경제가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까지도 안정적인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모두가 장기 불황 속에 비춰진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상 또한 우리의 자업자득이요, 결코 도피할 수 없는 현실임에 틀림없다. 우리 모두 한해의 마감과 시작을 준비하는 달 12월을 맞이하여 올해의 잔무를 어떻게 잘 마무리하고 보다 알찬 새해를 설계하고 있는지 한해의 마감과 시작에 대한 세심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듯 가정이나 국가경제에 있어서 12월은 한해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달이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 모습을 한번 조명해 보면 생산적이기보다는, 온갖 과소비가 난무하는 "잔인한 경제의 달"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요즈음 직장인들의 연말 모임 문화는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11월 하순부터 시작되어 1월 중순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연말연시의 온갖 행사와 모임들 예컨대, 동창회, 동기회, 향우회, 종친회, 친목회, 부서별, 팀별, 써클별, 각종 송년회 및 신년회 등, 한마디로 12월은 날짜가 모자란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네 음주문화는 가히 자랑(?)할만한 수준에 있다. 한 병에 무려 천만원을 호가하는 양주가 시판되고 있는가 하면, 어울려 술을 마시면 식사를 겸한 한잔에, 노래방, 폭탄주, 입가심까지 기본이 2, 3차는 가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우리에게 12월이 그렇게 한가한 시간이 아닐진대 말이다. 지나친 과소비적 송구영신(送舊迎新) 문화를 이제는 "경제회생을 위한 생산적 문화"로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매사에 마무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 주변에서 마무리의 중요성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첫째, 한국 축구가 마지막 5분을 남겨 두고 늘 무너지는 징크스가 있다. 둘째, 선박을 건조할 때에도 앞선 가공공정의 끝손질 소홀로 후 공정인 조립공정에서 몇 곱절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셋째는 필자의 경험담이다. 미국인 친구가 우리 국산차(SONATA-Ⅲ)에 많은 관심을 보여서, 나는 이렇게 소개했다. "쏘나타를 세계적인 명차들과 비교할 때 품질은 대등하지만, 가격은 비교도 안 되게 싸고 좋은 차"라고 말이다.

 고속도로를 한참동안 달리다가 그는 나에게 다시 이렇게 물었다. "쏘나타와 유사한 차종인 "SONA(?)"에 대한 가격과 차이점이 뭐냐"고, 나는 그런 차종은 없다고 말했다. 잠시 후 나는 그의 제안으로 휴게소에 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곳에는 정말로 "SONA"가 있었다.

 결론인 즉, 차량생산 마무리 공정에서 차 뒤쪽에 부착한 차종 표기 영문자 알파벳을 잘못 부착하여 한 두 개씩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나는 할 말을 잃었고, 그 친구는 내게 말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역시! 국산차는 노굿(NO-GOOD)이라고..." 나는 그 순간 너무나 부끄럽고, 속이 상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싸늘한 겨울 날씨와 경제적 불황 속에서, 우리는 올 한해도 이제 20여일 밖에 남겨두지 않고 있다. 불황을 극복해야 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닌가. 우리 모두 차분한 마음으로 한해의 마감과 시작에 철저한 12월이 되었으면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이 중요한 시기에 마치 속 빈 강정과 같은 우리네 "마무리 경제" 12월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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