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의 아픈 허리 녹슨 철책 거두지 못해

젖어 온 봄빛 고향 차마 갈 수 없었던

그 통한(痛恨) 지금에서야 빗장 풀어 보인다.

허리춤에 감춰 둔 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쌓인 미움 훨훨 털고 불쑥 잡아 쥐던 날

산과 들 하늘 바다도 하나임을 알았다.

오마니 불러보면 가슴이 먼저 울고

백발의 아이 어루는 노모의 인자함은

반세기 저물어 가도 변할 줄을 몰랐다.

널브러진 철마 깨워 염원의 채찍질로

이랴 낄낄 어둠을 쫓아 밤낮으로 달려가면

막혔던 혈(穴)도 뚫어져 신바람이 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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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시인은 58년 경북출생으로 99년 10월과 2000년 10월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장원을 차지했고 2000년 제2회 가람시조 장원, 제16회 성파시조 백일장 차상을 차지했다. 올해 11월 월간 "문학"에 〈해빙의 아침〉으로 신인상에 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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