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갈등의 사회에 살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인종, 종교, 군사, 영토, 경제 등의 문제로 인한 갈등이, 국내적으로는 계층, 지역, 세대, 노사, 사제, 기관, 단체간 등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피하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 있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이러한 제반 갈등들이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도·농 통합으로 옛 시·군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더니 이제는 낙동강 특별법으로 상류와 하류지역이 심각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사 충원문제가 그랬고 의약분업도 그랬다. 이루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갈등이 잉태되었고, 또 진행되고 있다.

 울주군도 갈등에서 예외는 아니다. 쓰레기 매립장 건설과 쌀 농사 풍년으로 인해 자치단체와 농민이 대립하고 남부 울주와 서부 울주가 보이지 않는 갈등을 보이는가 하면, 공단과 농촌지역간, 신불산 케이블카 문제로 인한 환경단체와 자치단체간의 갈등, 원전 문제로 겪는 갈등 또한 울주의 걱정거리이다

 특히 울산 광역시 승격 이후 군지역 주민들의 소외감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 등 소위 혐오시설은 모두가 필요하다고 외치지만 정작 우리 지역은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부터 살고 보자"는 이기심과 "내 밥그릇"에는 절대 손대지 말라는 전제조건이 있다.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이익은 실종해 버린다.

 이런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미래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갈등을 피하거나 없앨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어떻게 하면 갈등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다시 말해 "갈등제거 방법"을 연구하기 보다는 "갈등 경영 방법"이나 "갈등 관리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갈등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나 자치단체를 경영하는 리더들이 취할 태도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주변은 갈등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것을 상책으로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갈등은 풀리지 않고 더욱 꼬이고 있다. 국내 정치가 그렇고 우리 지역의 갈등도 그렇다. 갈등을 경영하고 관리할, 갈등을 통합하고 조정할 지도자의 부재가 현실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으며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 부터 이웃과의 정을 돈독히 해왔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다. 무엇보다 이웃끼리 혐오시설과 수혜시설을 동시에 꾸려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협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시민들은 닫힌 마음을 열고 한걸음 물러나서 상대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너그러움의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그리고 성실하게 대화하는 마음자세를 가진다면 울산의 갈등은 충분히 경영되고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게 바로 자치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자치정신일 것이다. 우리는 이런 슬기와 자세를 지닌 리더와 경륜을 찾고 길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