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최근 경기상황을 근거로 당분간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연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경제 및 금융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미리 정해진 방향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제상황이 예상대로 호조를 이어갈 경우 제3차 양적완화를 중단할 수 있지만 여전히 실업률이 높고 인플레이션은 낮은 상태여서 당분간은 현재 기조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필요하다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연준의 양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매입을 더 늘리는 등 추가 경기부양 수단을 채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0일 전미경제연구소(NBER) 주최 행사에서 “상당한 수준의 경기확장적(accommodative) 통화정책은 당분간 필요하다”며 제3차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다만 “앞으로 경제지표가 우리의 기대와 맞아 떨어진다면 채권매입 프로그의 속도를 올 하반기에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혀 이른바 ‘출구 전략 시간표’를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에 빨리 도달한다면 자산매입의 규모를 비교적 더 빨리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버냉키 의장은 연준이 통화정책 수정의 기준으로 제시한 실업률 6.5%와 물가상승률 2%을 상기하면서도 “이들 지표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져도 자동적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단시일 내에 저금리 기조를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밖에 올초 세금인상과 연방정부의 자동 지출삭감, 시퀘스터(sequester)가 여전히 경제성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향후 경기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이 버냉키 의장에게 자산관리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가 하면 ‘마지막’ 인사말을 하는 등 심각한 주제와는 달리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보고받는 금융위 청문회는 1년에 두차례 열리는 것으로,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으로서는 연임되지 않으면 마지막 증인 출석이었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오는 18일에는 상원 은행주거도시위원회의 반기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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