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
자전거를 타면 발은 으레 페달을 밟지만
페달아, 너의 힘으로 자전거가 달리는 건 아니다
발통과 발통을 당겨주고 밀어주는 체인이 있기 때문이다
체인아, 너의 힘으로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는 건 아니다
발통이 쓰러지지 않게
바른 길 인도하는 핸들이 있기 때문이다
핸들과 안장 사이, 페달과 체인 사이
바퀴와 바퀴 사이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저렇거니
벚꽃아, 너 하나로 인해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푸른 손이 땅 속으로부터 솟아나기 때문이다
훈훈한 꿈들이 앞에서부터 당겨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저녁이 되면 해는 없어지지 않고
달을 밀어 올린다는 것을
달이 체인을 걸고
해를 당기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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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해 시인은 1958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97년 현대시문학을 통해 김춘수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유월에 대파꽃을 따다〉가 있다. 현재 한국 시인협회 회원이며 현대청운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