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가 전부다
물고기는
비늘 뒤덮인 옆구리로 살고 비늘 뒤덮인 옆구리로 죽는다
봐, 죽어서도 저렇게 제 옆구리를 먹인다
맞아, 아내 몰래 가끔 만나던 그 여자랑
생선구이집에 가서 노릇노릇 옆구리 익힌 거 뜯어먹으며 생각했었지
연애란 네 옆구리 파먹는 거
산다는 건 지금 누가 네 옆구리 쿡쿡 찌르는 거
어두운 밤길 가다가
예고도 없이
무언가가 쑥 들어오면
어떡하지? 그러면 그것도 옆구리로 받아야지
그래 그것도 괜찮겠어 번쩍번쩍
빛나는 칼에 맞고 쓰러져
물고기처럼 둥글고 슬픈 눈으로 너를 쳐다보는 것도
119 구급차에 누워 내 삶의 옆구리로 피가 펑펑 빠져나가는 걸 느껴 보는 것도

 

▲ 권주열 시인

집이 바닷가에 있기에 부근의 모래밭에서 가끔 낚시를 하기도 한다. 낚시에 대해 별 기초도 없지만 어쩌다가 몇 마리의 물고기를 잡을 때도 있다. 그 가운데 입이 아닌 옆구리에 걸려 딸려오는 놈도 있었다, 배때기에 붙은 바늘을 빼며 웬 재수? 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시에서 물고기는 ‘옆구리가 전부다’ 라고 툭 내뱉는다. 나는 여태껏 입에 집중했다. 좋은 미끼와 질 좋은 낚시 바늘로 입을 공략했다. 내 생활이 늘 그랬듯 입 속의 말을 향했고 입 속에 들어갈 밥과 관련지었다. 하지만 화자는 ‘산다는 건 지금 누가 네 옆구리 쿡쿡 찌르는 거’라고 한다. 모든 걸 말이 아닌, 입의 욕망이 아닌, 대수롭지 않게 옆구리로 응수하고 옆구리를 내준다. 대단한 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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