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봉꾼"과 김갑수(45)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굳이 〈태조왕건〉의 종간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김갑수가 2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대학로와 충무로에서 구축해온 이미지는 냉철하고 진지한 지식인,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스스로 아직은 생소하다고 말하는 안방극장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아간다. 오는 5일부터 방송될 KBS 1TV 새 아침드라마 〈새엄마〉에서 천하의 난봉꾼 허동택역을 맡은 것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가산을 노름으로 탕진하고, 가솔들을 버린 채 술집 여자와 야반도주한 끝에 길거리에서 객사하고 마는 인물. 두번째 부인인 주인공 이해심(이혜숙)의 험난한 삶에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한다.

 "악역이지만 밉지 않은 사람이에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에 분위기 파악 못하고 설치는 것이 특징인 코믹한 캐릭터지요. 익숙하지 않은 역할이긴 하지만 어렵다는 느낌에 앞서 흥미롭고 들뜬 기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갑수는 오는 7일부터 방송될 KBS 2TV 〈203 특별수사대〉(매주 수요일 오후 8시 20분)에서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차갑고 냉정한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온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수사관이죠. 범인과의 두뇌싸움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일 중독자"이기도 하구요. 후배형사들을 이끌고 사건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TV라는 매체를 친숙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는 빼어난 연기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한동안 단막극을 제외한 TV출연을 삼가해왔다. 연속극은 제작기간이 너무 빠르고, 쉴 틈 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정돈된 연기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러나 KBS 1TV 대하사극 〈태조왕건〉에서 종간 역을 맡은 것이 계기가 돼 본격적인 TV활동을 시작했다.  "주제가 분명한 작품이라면 언제든지 할 용의가 있어요. 이것은 영화나 연극에서 작품을 선택할 때도 적용되는 기준입니다. 명확한 주제의식이 있어야 제가 그것에 살을 붙여서 연기를 할 수 있거든요."

 연속극 두편에 동시에 출연하는 것이 몹시 부담스럽다는 그는 11월 중순께 자신의 스승인 연극연출가 고 김상열씨의 추모연극 〈언챙이 곡마단〉에도 출연한다.

 또한 최근 영화 2편, 미스터리 액션 형사물 〈이것이 법이다〉와 일본영화 〈KT〉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사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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