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울산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영어 스트레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 정책과 이 때문에 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으면 이런 말들이 나왔을까.

 영어 스트레스는 학생들만이 겪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울산에 있는 400여명의 영어교사 중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교사가 9% 밖에 되지 않는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영어로 수업’이라는 말이 어느 선까지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조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왜냐 하면 교육이란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의 경우 교사가 영어를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통계가 나왔는지 궁금하다.

 영어 교육은 회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 영어를 조금 한다고 해서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다가는 학생들의 입시를 망쳐 놓는다.

 따라서 토익 성적으로 교사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고 또 토익 실력이 낮다고 해서 영어 교사를 비하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토익 고득점자라고 해도 훌륭한 영어 지도가 되는 데는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30여년 동안 교단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또 미국과 영국에서 연수도 받았다. 그러나 아직 미국과 영국에 가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데 자신이 없다. 따라서 요즘도 나는 친구들이 나를 보고 영어 하나는 잘 하겠다고 말하면 나는 영어 빼고는 모두 자신이 있으니까 물어 보라고 말한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된 제자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요즘들어 우리나라가 왜 영어를 그렇게 중시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들은 말한다. 요즘 우리사회는 모든 면에서 ‘국제화’를 부르짖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화’가 ‘국제화’인양 학생들에게 영어를 강요하고 있다.

 전국민의 영어화는 경제적으로 보나 국민 정서로 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적으로 보면 우리 국민이 영어를 배우는데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어렵사리 영어를 배운 사람들 중 영어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보면 영어는 우선 적성에 맞고 또 영어권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 배우고 다른 사람들은 국민 교육헌장의 가르침 처럼 ‘저마다의 타고난 소질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국민 정서에서 보더라도 "영어화"는 좋지 않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야 말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이고, 또 국어 사랑이 나라 사랑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요즘은 국어사랑이 국제화에 뒤떨어진 사람들이 하는 행동으로 보이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영어 스트레스 환자들이 많다. 특히 초등학생들 중에는 영어 스트레스로 소화가 되지 않고 또 탈모증 까지 나타나 병원을 찾는 어린이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말도 제대로 깨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시켜서 무얼하겠다는 것인가. 애국심은 고사하고 희미한 인간으로 자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렇게 볼 때 전학생의 "영어화"는 잘못된 것이고 더욱이 영어 수업을 위해 교사들의 영어 실력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제고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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