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박물관 협약 조속 이행 기대
현대車는 울산과 불가분의 관계

▲ 서동욱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의 현대자동차 역사박물관에 가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옛 모습이 나온다. 공장이 들어서기 이전 양정동과 염포동 일대 논밭 사이로 드문드문 집이 보이고 그 뒤로는 울산 앞바다가 보인다는 설명과 함께 사진이 곁들여져 있다.

60년대 어촌을 끼고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촌락이다. 이곳에서 세계적인 명차를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가 논밭을 일구어 공장을 지었을 때도 이곳이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리라 생각한 사람들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곳이 세계 자동차산업을 이끌어갈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그저 남의 자동차를 베껴서 얼마간 사업을 하다가 문을 닫겠지라고 전망한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그런 예상과 생각, 예측과 전망을 모두 비웃기라도 하듯 해를 거듭할수록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 연간 19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가량인 150만대의 차량이 울산공장 몫이다.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인원만 사내 협력업체를 포함해 3만2000여명이 넘는다. 국내 전체 공장 임직원 5만7000여명의 56%에 해당한다. 협력업체는 물론 관계되는 사업장의 임직원을 포함하면 울산 인구의 상당수는 현대자동차와 연관을 맺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울산은 현대자동차의 성과에 따라 도시 전체의 명암이 뚜렷해진다. 현대자동차가 호황을 누리면 울산 전체가 호황을 누리고, 현대자동차가 불황을 겪으면 울산 전체가 불황에 휩싸인다. 그래서 울산과 현대자동차는 불가분의 관계다. 현대자동차를 떼어놓고 울산을 이야기할 수 없고, 울산을 떼어놓고 현대자동차를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다. 현대자동차가 곧 울산이고, 울산이 곧 현대자동차다. 그만큼 울산시민은 현대자동차에 각별한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 또한 울산을 위해 그동안 이윤의 사회환원을 통해 시민의 성원에 보답해왔다. 현대자동차 공장을 끼고 도는 아산로도 이 같은 사회환원차원의 통큰 결정 덕분에 가능했다. 현대자동차는 해마다 지역과 이웃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울산에 없었다면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그런 한편으로 최근 현대자동차를 바라보는 울산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가 부산시와 협약을 맺고 기장군 일광면 일원에 2015년까지 야구장 4면과 부대시설을 지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부산시민을 위해 야구장을 지어주는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정작 야구장이 필요했던 울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을 듣고 야구인들을 비롯한 울산시민들은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허탈감을 넘어 심한 배신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자동차박물관을 경기도 일산에 짓기로 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허탈감은 현대자동차에 대한 분노로 바뀌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전면부인하고 있지만, 아직도 자동차박물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이미 지난 2005년 북구 산하 지구에 200억원을 투자하여 자동차박물관을 짓기로 울산시와 협약을 맺고도 이런 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자동차박물관을 울산에 지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현대자동차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의회는 지난 20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의 결의로 자동차박물관을 조속히 건립해줄 것을 현대자동차에 촉구했다.

기업의 경쟁력은 좋은 제품에도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약속을 실천하는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지역과 기업의 상생은 약속의 실천에서 출발해야 하며, 현대자동차는 더 이상 미루지말고 자동차박물관 건립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세계적인 자동차도시 울산에,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의 아름다운 동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서동욱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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