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교육계의 뇌물구조는 깊고도 광범위했다.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뇌물혐의를 포착한 공무원은 모두 73명. 수사선상에 오른 학교만도 64개교에 이르렀다. 이는 울산지역 전체 163개 초·중·고교의 3분의 1을 넘는다.

 그러나 검찰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교장 등 11명을 구속시키는 선에서 수사를 사실상 일단락 짓기로 했다. 나머지는 교육청에 통보해 자체적인 징계절차를 밟도록 한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다.

 이같은 결정에는 거대한 비리구조를 모두 도려내버릴 경우 교육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검찰의 우려와 고민이 농도짙게 내포돼 있다.

 결국 관행화된 총체적 비리구조는 사법기관의 예봉마저도 딜레마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5~6명이 구속되고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당시 울산교육계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어제는 누가 불려갔고 오늘은 누가 불려갔다", "일단 불려가서 그날 못나오면 구속이다", "구속에 대비해 내복입는 교직원이 많아졌다"는 등의 흉흉한 이야기들이 교육 공무원들의 아침 출근시간 화두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학교괴담"이라는 말까지 붙였다.

 이 가운데 20~30명 구속설이 나도는 등 검찰수사의 끝이 어딘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고, 급기야 일부에서 "이러다가는 울산교육이 무너진다"는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역풍은 점점 세졌고 검찰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법질서 확립"이라는 당위성과 "교육기반의 붕괴"라는 위기여론은 11명 구속 선에서 접점을 찾았지만 수사의 칼끝을 비켜나게 된 많은 혐의자들은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받게됐다.

 이번 수사가 진정 "일벌백계"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청과 교육공무원들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수사는 비리구조를 더욱 깊고 은밀하게 만드는 계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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