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에 집중 미래시장 열어야
촉매기술 개발로 세계 경쟁력 확보

▲ 이재성 UNIST 교학부총장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금번 제8회 울산 화학의 날을 맞이하여 화학공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깊은 감회를 느낀다. 물질의 원자 수준에서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인 화학은 석유, 에너지, 환경, 소재 등 여러 산업을 통하여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식품, 약품 등을 생산하여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국내의 화학 산업은 지난 50여 년간 국가 경제를 견인해 왔으며, 현재도 국내제조업 생산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수출 1350억달러, 고용 38만명으로 국가경제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말그대로 화학(化學)은 조용히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화학의 날 행사가 울산에서 개최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68년 당시 정부의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하여 울산석유화학 단지가 조성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중화학공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또한 공업국가로의 발전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울산지역에는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도 있지만 석유화학은 역내 생산액의 57.6%를 차지할 정도로 울산에서 그 위상은 절대적이다. 울산은 그야말로 화학의 성지라고 부를만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하며 영광의 반세기를 보냈던 석유화학 산업은 현재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 수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이 자체 생산 시설을 늘려 수입을 줄인데다가 값싼 중동산 제품과 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며 제품 적체와 가격경쟁력 상실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사가 많다. 또한 이것이 구조적인 근본 문제로서 단기간 내에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산업계 뿐만아니라 특히 이 산업의 중심지 울산에서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기술경쟁력을 높여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여 현 산업을 혁신하고, 에너지 산업 등 새로운 연관 산업으로의 발전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화학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핵심기술인 촉매기술의 개발이다.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산업은 짧은 기간 내에 빨리 성장하기 위해 외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도입하여 빼어난 운전 기술과 규모 경제를 통하여 경쟁력을 유지하며 발전돼 왔다. 그리하여 우리 석유화학산업은 규모로는 세계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으나 그 핵심이 되는 촉매 기술 개발에는 소홀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산학관의 긴밀한 협조로 울산촉매 기술개발 허브센터를 구축하여 국가주도의 치밀한 전략아래, 차세대 촉매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둘째, 차세대 에너지 중 울산은 수소에너지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울산은 국내 수소 생산의 60%를 담당하고 있고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가 있으며, 지난해부터 국내유일의 수소타운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에서도 수소기반의 친환경 전지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 기술 개발이 필요하고 특히 장기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지속적으로 수소를 제조 공급할 수 있는 태양광 수소 같은 근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세대 수소 제조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이 두 가지 이슈와 관련된 기술의 근본은 모두 화학이라는 것이다. 울산은 이러한 화학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러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는 울산뿐이다. 산학관의 긴밀한 협조로 경쟁력 있는 기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수 있다. 치밀한 전략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연구 개발에 매진한다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울산이 화학소재산업 글로벌 허브도시로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재성 UNIST 교학부총장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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