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올린 연극을 보고 감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극본이 좋은 연출을 만나면 어떻게 되는 지를 보여주었습니다."

 25일 한국연극협회 울산시지회(지회장 김천일)의 합동공연 〈영자와 진택〉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온 극작가 이강백씨(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공연이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은 채 진심으로 이같이 칭찬했다.

 25~26일 이틀동안 4차례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한 〈영자와 진택〉은 은유적이면서 쏠쏠한 재미를 찾아내는 연출과 배우들의 안정되고 절제된 연기가 돋보이는 "좋은 작품"이었다.

 연출가 허영길씨는 감화원이라는 큰 무대와 그 속에 봉제공장이라는 또 하나의 무대를 통해 우리사회에서 선과 악의 위치, 전체에 의한 개인의 희생이 가지는 의미 등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는 작가의 의도를 직설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설득력있게 풀어냈다.

 재미거리를 적절하게 섞어 지루함을 덜어주면서도 결코 현혹되는 표현법을 사용하지도, 주제를 가볍게 다루지도 않았다. 무대세트를 한번도 바꾸지 않았을 뿐아니라 세트의 배열이나 배우들의 동선을 가로로 나란히 두었음에도 단조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세련된 연출 덕택이었다.

 특히 감독이 영자를 강간을 하는 장면에서도 남녀가 서로 떨어져 대사와 동작을 통해 심리적인 표현을 연출해낸 것이나 진택과 영자의 사랑장면도 현대무용적인 몸동작으로 통해 표현함으로써 작품의 주제를 보다 단단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거두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작품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울산에 이렇게 훌륭한 배우가 있었던가라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할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진택 정재화, 관리인 황병윤, 감독 김종수, 영자 석호진씨 뿐 아니라 단역이라 할만큼 적은 출연이지만 원장 오만석, 또다른 관리인 김현철, 어머니 진정원씨 등 모두가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로 전체적인 조화와 개인적인 기량을 모두 드러냈다.

 김천일 지회장은 "모든 면에서 만족할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연극인들이 하나로 뜻을 모으면 지방연극의 한계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얻었다"고 이번 공연의 의의를 설명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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