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짱이다! 이 말은 지난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 테러 화면을 보고 우리나라 초등학교 2학년 사내아이가 했다는 말이다. 그 철없음을 당혹해 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건 자체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는 일인데 다가 만연 되어있는 "사이버" 세상에서는 일상적으로 그런 일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파고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상 세계와 현실세계를 착각한 것이다. 그렇다 가상 세계에서나 있음직한 일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것이다. 차마 목불인견의 대 참사로 무고한 시민들 수천명이 무참하게 희생된 것이다. 먼저 심심하게 애도하는 마음과 자괴감을 느끼고 이러한 반인륜적인 테러 행위에 대하여 규탄한다. 인류는 20세기말에 유례 없는 화해무드로 전쟁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는가 했으나 21세기 에 접어들자 마자 폭력과 테러, 나아가 전쟁으로 내 몰리게 되었다.

 미국은 지금 복수전을 수행해 나가는 한편 보복에 동참하지 않으면 테러분자와 같은 적으로 취급하겠다는 등 온 세상을 동지가 아니면 적이라는 논리로 양분하려고 하고 이미 여러 나라들이 보복에 동참하겠다고 자원(?)하고 있다. 반면에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는 전쟁의 공포가 만연되어 피난행렬이 길을 메우는데 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야 하는가. 안타까움과 이 길밖에는 방법이 없는가하는 자괴감이 든다.

 미국으로서도 참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사상 유례가 없는 테러가 자국의 심장을 겨누었고 지구상의 경찰을 자임하던 나라로서 여지없이 망가진 체면 등 참기 어려울 것이다. 또 참으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참아야한다. 진정으로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지구상의 맏형이기를 원한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과거(1948년) 팔레스타인을 내쫓고 이스라엘을 건국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 취해온 여러 가지 조치와 수 차례의 전쟁을 통해서 죽어간 수없이 많은 무고한 인명이나 불공평한 조처들로 해서 지금도 고통받고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만을 생각하거나 시비를 따져서만이 아니다. 테러를 자행한 자들이 숨어 있거나 그 나라의 정권이 감싸준다는 명분으로 그 땅에다 무차별 무력행사를 한다면 제일 많이 희생되는 사람은 그 나라의 무고한 백성들일 것이 불 보듯이 뻔한데 이것은 또 다른 테러 일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그토록 저주하는 일을 스스로 저지르는 자기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힘있는 자의 횡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결코 테러를 옹호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폭력의 악순환만은 끊자는 것이다. 폭력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보복은 나아갈수록 더욱 흉포해지고 또 다른 보복을 야기할 뿐이다. 지금이 바로 보복이 악순환하는 고리를 과감히 끊고 협상의 길을 열 때이다. 이 길만이 자국을 포함한 제2 제3의 테러와 전쟁을 예방하는 길이고 미국이 말하는 자유와 평화의 횃불이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길이다.

 다시 한번 이번 일로 희생된 영혼과 그 가족들의 슬픔 우방으로서의 미국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전하고 동시에 지금이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편 이러한 논의가 미국 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참으로 우려되는 것은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염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산 복합체에 의한 경제의 논리가 이번 사건을 기회로 전쟁으로 이끌리게 된다면 이번 전쟁은 또 다른 의미의 참으로 더러운 전쟁이 될 것이다. 전쟁 외에는 다른 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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