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의 토종생태계 교란 위험수위
태화강 외래식물 분포현황조사 시급

▲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태화강에서 찍은 꽃인데 이름 좀 알려 주세요”라는 문자와 함께 사진이 온다. 작년에는 주로 수레국화, 꽃양귀비, 서양벌노랑이, 큰금계국, 자주광대나물, 전동싸리, 흰전동싸리 등 주로 외래식물 위주였다.

그런데 올해는 몇 분으로부터 물어오는데 알 수 없는 꽃들이다. 촬영장소를 물어보고 현장을 다녀왔다. 귀화식물도감과 식물도감을 보고 원예식물도감까지 뒤졌다. 비슷한 꽃도 찾지 못했다. 식물분류학자와 멀리 있는 식물학자들에게도 사진을 보냈다. 시간차를 두고 답변이 왔다. ‘처음 보는 꽃’이란다.

며칠 후 꿀풀과의 레몬벨가못(수레박하)과 비슷하다는 답변이 왔다. 주변에는 꽃양귀비와 수레국화도 드물게 나 있다. 분명 다른 꽃들이 오면서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태화강에 새로운 외래식물이 한 종 더 추가됐다. 한켠에서는 흰전동싸리와 비슷한데 꽃차례가 다른 종이 태화강변에 몇 년째 서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계속해서 외래식물들은 알게 모르게 이주해 와서 자리를 넓히고 있다. 토종 식물들보다 키도 훨씬 크고 튼튼하다.

태화강변에는 봄이면 서양벌노랑이나 큰금계국이 노랗게 무리를 지어 핀다. 기생초도 섞여있다. 가을이면 흰전동싸리, 전동싸리가 무리를 지어 핀다. 자생종보다는 외부에서 들여온 식물들이 더 크고 화려하다. 작년 태화강변에서 열린 꽃 축제에서는 주로 수레국화, 꽃양귀비 등이 원색으로 태화들을 물들였다. 그 꽃들이 태화강 여기저기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숫자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태화강변은 화려해 보인다. 하지만 토종의 식물들은 설자리를 잃는다.

지난 2008년 10월께, 순천만에서 1000만원을 들여서 미관을 좋게 하기위해 심는다고 하자 시민단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반대했었다. 그랬음에도 심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순천만에서 인기 있는 자원봉사프로그램이 생태계교란동식물 퇴치활동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양미역취를 뽑아내는 일이라고 한다. 처음 들여 올 때는 화단에 심어졌던 것이 밖으로 나와 자라면서 기존에 우리 땅에 자라던 식물들의 자리를 뺏어 버렸다. 그래서 뽑아내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타향살이하는 식물들이나 동물들은 이주해온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것들보다 빠르게 자라고 많은 씨앗(자손)을 남들보다 빨리 익혀서 퍼트린다. 서양민들레, 서양금혼초, 양미역취 등을 보면 11월까지 꽃을 계속 피워 자손을 퍼트린다. 울산도깨비바늘이라는 귀화식물이 울산이라는 지명을 가질 만큼 울산이 외부와의 교류가 많은 곳이다. 새로운 귀화식물의 고향이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생태계교란식물로는 지정이 안되어 있지만 몇 년을 계속 번식하게 되면 새로운 외래식물로 등재되게 된다. 처음에는 경관을 생각해서 심었던 꽃들이 밖으로 나가서 영역을 넓히면서 태화강 고유의 식물들이나 그 식물을 통해서 생활하던 곤충들이나 동물들의 삶이 어렵게 한다. 나비들도 나비별로 먹이나 알을 낳는 식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협하는 생태계교란식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외래식물을 들여올 때는 그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원색으로 예쁘게 보이지만 그 뒷면에는 인간의 삶까지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화강은 환경부와 문화관광체육부에서 환경보전가치나 생태계보호가 되고 있는 곳을 선정하는 생태관광지 12곳 중에 선정돼 있다. 순천만, 우포늪, 제주 동백산습지 등지와 함께이다. 생활하수로부터 어려움을 겪던 태화강이 새롭게 변화되어서 인증 받은 것이라 시민들은 굉장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지만 몇 년 전 낙동강으로부터 씨앗이 들어온 가시박(생태계교란식물)이 태화강 대나무와 하천변의 크고 작은 나무를 덮으면서 시민, 기업봉사활동, 학생 들이 나서서 퇴치한 일이 있다. 지금이라도 태화강외래식물의 분포현황부터 조사했으면 싶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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