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갖춘 통합지휘체계 필요
일사불란한 지휘로 골든타임 확보

▲ 김상권 울산 남부소방서장

세월호 참사를 당한지 벌써 두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구조하지 못한 11명이 남아있다. 시민의 안전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도 구조 소식을 기다린다. 울산소방에서도 조금이나마 구조에 힘을 보태기 위해 4월과 5월 2차례에 걸쳐 심해잠수대원 2명을 파견하였다. 하루 빨리 모두 구조돼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최근 언론에 경기도 소방본부가 전국 최초로 재난현장 컨트롤타워로 승격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재난현장에서의 인명구조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기관이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하는 이유가 입증된 셈이다. 재난현장에서의 제일 중요한 것은 인명을 구조하는 것인데, 신속 정확한 인명구조를 위해서는 철저한 재난대비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재난대비훈련은 재난현장에 동원된 수많은 구조기관 및 단체 등을 효율적으로 통제, 효과적인 대응을 해야 된다. 이른바 골든타임 확보와 일사불란한 현장지휘체계를 갖춘 것이 소방의 긴급구조통제단 훈련이다.

이 훈련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소방서 주관으로 매년 실시한다. 재난발생시 소방서장인 긴급구조통제단장의 총괄 지휘·조정·통제 하에 지역의 재난관련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재난대비훈련이다. 남부소방서도 지난 6월24일 관내 남구의 고층아파트를 대상으로 긴급구조통제단 훈련을 실시했다. 소방서와 구청, 경찰, 보건소, 군, 민간단체 등 8개 기관단체 86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실시, 고층건물의 재난대응역량을 향상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재난현장은 특성상 극도의 혼란과 위험이 존재하는 아비규환의 연속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또한 재난대응에 필요한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는데,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통합된 지휘체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재난현장에서의 통합지휘체계는 1995년 6월29일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계기로 구축되었다. 사고 당시 건축물 용도변경, 관리자 안전점검 등 많은 문제점이 거론됐다. 특히 인명구조 활동상 소방, 군, 경찰 등 유관기관들의 통합지휘체계 부재로 구조현장에서 극심한 혼란이 발생, 재난대응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컨트롤 타워가 부재였다.

많은 국민들이 큰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재난현장의 통합지휘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사고 발생 50일 후 1995년 7월18일 재난관리법이 제정되고 내무부 산하 민방위본부를 민방위재난통제본부로 확대 개편, 미국의 현장지휘체계(Incident Command System)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수정·도입해 전국적으로 긴급구조통제단 훈련을 실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긴급구조통제단 훈련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1995년 재난관리법 제정을 기준으로 제정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제정 이전의 훈련은 소방관서의 주도하에 기업체와 협력해 실시하는 화재진압훈련에 불과하였으나 제정 이후에는 재난현장 통합지휘체계의 구축으로 재난에 관련된 모든 유관기관들이 적극 참여하는 긴급구조통제단 훈련으로 바뀌었다. 이는 재난의 발생 규모나 형태가 복잡화, 대형화, 다양화되어 가는 추세에 따라 동원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재난은 소방관서의 인력과 장비만으로는 대응하는데 사실상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유관기관 및 단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재난대비 긴급구조통제단 훈련을 아무리 충실히 준비해도 실제 재난이 발생하면 혼란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얼마만큼 빠른 시간 내에 혼란스러운 재난현장을 안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독일 뮌헨대학교 교수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를 위험회라고 말했다. 테러, 신종질병 등과 같이 복잡한 문명과 도시체계로 인해 질적으로 새로운 위험이 증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위험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의 재난에 대비해서 열심히 훈련하는 것이 최선의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재난은 막는 것이 아니라 완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발생에 따른 효과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육상에서의 재난발생시 풍부한 경험과 인력, 장비를 갖춘 소방이 반드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상권 울산 남부소방서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