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군 삼성창원병원 소화기내과 주임과장

오는 28일 세계간염의 날을 맞이해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140만명 이상이 ‘침묵의 살인자’인 간염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 중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C형간염의 사망자수는 35만명에 이르는 실정이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C형간염의 경우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지만, 증상이 미미하고 질병에 대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간염 연간사망자 수가 에이즈환자 사망자수와 같다고 하면 듣는이 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C형간염은 대부분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간질환이다. 특히 수혈, 소독되지 않은 바늘, 피어싱, 이미용 기구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달라 산모가 아이를 낳으며 바로 감염의 기회를 제공하는 ‘수직감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바이러스는 혈액을 타고 다니다 세포를 공격해 간에 염증을 일으킨다. 한 번 C형간염에 감염되면 만성화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만성화될 경우 간은 제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고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발전,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간경변증, 간암과 같은 합병증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망에 이를 때까지도 감염인구의 70%는 증상을 느끼지도 못한다. 흔히 사람들은 간이 좋지 않으면 피로를 느끼고 안색이 노랗게 변한다고 알고 있지만, 이런 증상들은 실제로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때는 이미 합병증이 심각하게 발전돼 손을 쓸 수 없는 경우라 안타까움을 자아내곤 한다.

이처럼 C형간염의 합병증은 심각하나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최고의 치료법은 ‘검진’을 통한 예방이라고 할 수 있다. 자발적인 검진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지만 실제 인식 수준은 아직 낮다. 대부분은 간질환의 문제점을 술과 직결시켜 생각하곤 한다. 실제로 국민 73.5%가 간암의 주요 원인을 술로 꼽고 있고, 22.8%는 술과 담배만 피해도 간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2012년 통계청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은 간염인 것으로 나타난다.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C형간염 검진율은 10.4%라는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또 C형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유일한 만성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는 비율도 17.7%로 매우 낮다. 안타까운 간염치료의 현주소인 셈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B형간염 대표국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정부와 학회 등이 ‘검진’을 강조한 노력한 끝에 2008년 서태평양지역국가 최초로 세계보건기구로부터 ‘B형간염관리성과인증’을 획득한 바있다. 간질환의 불씨라고 할 수있는 C형간염을 정복해 나가는 것도 같은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검진’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가려내고, 필요 시 질환이 진전되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다. 세계간염의 날을 맞아 검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모두가 C형간염에서 자유로운 밝은 미래를 그려본다.

심상군 삼성창원병원 소화기내과 주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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