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차례 임단협 교섭, 노조안 심의 한차례 끝내

사측 “수주물량 부족 조선경기 침체에 위기” 호소

노조 “사내유보금 19조원… 임금인상안 제시해야”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회사의 경영상황을 놓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조선경기가 매우 침체돼 있다”며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반면 노측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대립각을 키우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24차례 임단협 교섭을 가졌다. 단체협약 35개 개정안을 비롯해 통상임금 범위 확대, 기본급 13만2013원 인상 등 노조 요구안에 대한 심의를 한차례 끝냈다.

24일 노사에 따르면 사측은 최근 협상에서 “수주 물량이 부족해 도크를 다시 묻어야 하느냐 마느냐 고민할 정도”라며 조선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위기를 호소했다.

회사는 특히 “내년부터 조선경기가 좋아진다는 전망이라도 있으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매우 힘들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말께 매출, 수주, 영업이익 등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전년이나 전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실적이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이같은 경영상황을 감안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대신 기타 수당 등을 축소해 총액임금 범위 내에서 임금체계를 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는 잘될 때나 못될 때나 노조에게 참으라고 했다”며 “19조원에 달하는 사내 유보금을 두고 있는 만큼 임금인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또 “세계 최대 조선업체로 최근 10년간 엄청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으면서도 급여는 삼성이나 대우 등 다른 조선사에 못미친다”며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와 자회사가 61개인데 회사가 부실한 계열사까지 떠안으면서 조합원들의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3만2013원 인상, 성과급 250% 이상,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그러나 “사내 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은 10~15%에 불과하고, 이 역시 자재 구매 등에 즉시 사용돼야 할 돈”이라며 “또 회사의 계열사·자회사 중에는 선박 수주 등을 위한 해외 영업법인 등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많아보이는 것이지 무리하게 부실기업을 인수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24일 열린 노조창립 27주년 기념식에서 “올해 임단투 승리를 위해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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