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거래를 통한 경상수지 흑자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를 둘러싼 논란이다.
 불황형 흑자 주장은 경상수지 흑자의 원인이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 경쟁력 등 긍정적인 요인에서가 아니라 내수 침체와 수입 감소 영향 때문이라는 시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 통계를 내는 한은은 최근 수입 물량이 증가세라며 불황형 흑자가 아니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 29일 불황형 흑자 지적에 대해 수입 물량 증가세 등을 설명하면서 “불황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경상흑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통관기준 수입 증가율은 올해 1분기 2.0%, 2분기 3.2%였다.
 이날 발표된 6월 경상수지는 79억2천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2012년 3월 이후 2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올해 상반기만 보면 흑자 규모는 392억달러로 종전 최고치인 작년 상반기의 312억6천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정 국장은 이와 관련, “경상수지 흑자의 가장 큰 이유는 수출 호조”라며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국내 제품의 비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진 게 요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앞서 지난 10일 이주열 총재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한마디로 최근 경상수지 흑자는 내수 부진에만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 세계 경제의 회복세,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간연구소 등의 경기 인식은 이와 사뭇 다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우리나라 경상수지 구조의 변화’ 보고서에서 “최근 경상수지는 수출이 증가하나 수입은 감소하는 내수침체형 흑자”라며 내수 활성화 등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과거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부진한 양상을 보이면서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한 ‘불황형 흑자’까지는 아니지만 경상수지 흑자의 근본 원인은 내수 침체라는 시각을 유지한 것이다 .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원자재가의 안정으로 수입이 덜 된 측면도 있지만 소비나 투자 등 내수 위축이 일정 부분 경상흑자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불황형 흑자’론에 동의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최근 경상수지 흑자를 긍정적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물이 절반가량 든 유리잔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듯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라는 현상은 하나이지만 정부와 민간의 해석은 뚜렷하게 엇갈리는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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