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대홍 동남지방통계청 울산사무소 소장

필자의 호적엔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 가족은 여자 둘, 남자 둘로 구성돼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균형 맞는 구성이라 생각하겠지만 권력으로 따져보면 남성팀(?)이 절대 열세에 빠지게 된다.

아들은 누나가 먹을 라면을 끓이기 위해 부엌을 서성이고 나는 재활용품을 분리수거를 하러 아내 대신 엘리베이터를 탄다.

이 것이 우리 가정의 일상이 된 지는 꽤 오래다. 또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하는데에 있어서 아내의 영향력이 더 커져가고 있다. 가끔 딸이 아내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날이면 나는 못 이기는척 아내에게 전권을 일임한다. 어릴 적 부모님에게서는 보기 힘들던 광경이다.

필자를 애지중지 키운 어머니가 하늘에서 보신다면 노할 노자를 그리며 당장 달려오실 것 같다. 어머니에겐 면목 없지만 나는 과거에 얽매이기보단 현재를 유연하게 살기를 지향하는 평화주의자이기에 서서히 이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의미로 자신도 모르게 세상이 달라진 모습을 비유한 말이다. 너무 서서히 변하고 있기에 그 미미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다면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면서도 ‘뽕 열매는 왜 안 열리나’ 기다릴지 모른다. 하지만 센스있는 뽕나무밭 주인이라면 경운기를 팔았겠지. 그리고 파라솔과 튜브를 장만해서 한여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이다’라는 자기위안과 합리화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으면 비슷한 시간대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 옆에 와 선다. 그 사람들 중 남자의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가 관찰한 결과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감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얼마만큼 어떤 방향으로 바뀌었는가를 수치화해서 나타낼 수 있는 지표는 많지가 않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통계청에서 ‘생활시간조사’를 실시한다.

표본으로 선정된 가구의 생활패턴을 다각도에서 분석해 현재 대한민국의 삶을 파악해 볼 수 있다. 특히 무급 가사 노동 시간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 국민계정에 가계위성 계정을 편입하는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쉽게 말하자면 집안일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조사이다. 생활시간조사는 5년 간격으로 시행되는데 1999년을 시작으로 2014년인 올해, 4회를 맞이했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분석을 하기위해 3차에 걸쳐 7월, 9월, 12월에 시행된다. 7월 조사는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1차 조사를 실시했다. 필자 역시 조사를 나온다면 나와 아들이 가사에도 얼마나 적극 참여하는지 낱낱이 늘어놓고 싶었지만 아무리 사무소장이라도 표본에 뽑히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는 것이 통계청 조사이기에 시민들에게 당부드린다. 모쪼록 ‘생활시간조사 표본’으로 뽑힌 울산 시민 분들이 필자를 대신해서 조사에 적극 참여, 시대변화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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