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답보상태 시대적 흐름 통찰해야
제조업 패러다임 바꿀 비전형 리더십 필요
변화와 혁신 감당할 혁신인력 양성도 필수

▲ 정구열 UNIST 기술경영대학원장

울산 경제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가 많다. 주력산업인 조선업이 부진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로 창사이래 최대 분기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사들도 많은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나 감소했다. 더구나 파업으로 500여개의 중·소 협력업체들은 큰 손실을 입고 있다. 울산이 ‘성공의 덫’에 빠진 것 같다. 이러한 위기에 대한 이유를 들자면 많다. 조선사는 과거의 저가수주가 현실화 되었고, 정유사는 정제마진 감소와 유가하락이 문제다. 현대자동차는 환율하락에 노사문제가 겹쳤다. 그리고 협력업체는 모기업에게만 의존하는 영업구조가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일반조선부문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돼 왔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이후 거의 매년 파업을 해 왔다. 문제점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무엇보다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체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최근 많이 인용되는 리더십이론에 변혁적(transformational) 리더십이 있다. 카리스마와 비전적 리더십을 통해 개인을 변화시켜 조직의 혁신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풀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고 미국에서 리더십강의로 유명한 번즈 (James M. Burns)는 “카리스마와 열정으로 사람들이 더 역량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이 변혁적 리더십의 비밀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산업사회를 넘어 지식기반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기업의 리더는 시대의 흐름을 통찰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은 인더스트리4.0으로 제조업과 ICT융합을 주도하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도 제조업3.0으로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달 대구에서 열린 ‘경영관련학회 통합학술대회’도 도시의 장점과 융합산업을 결합한 ‘신제조업 르네상스’ 모델을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여러 번 한 바 있다. 그러나 울산의 제조업에서 이러한 비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하청계열화되어 있는 현재의 산업지배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R&D투자를 강화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틈새시장을 찾아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울산에서 히든 챔피언도 나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얼마 전 중앙일간지에 대구의 한 중견기업이 소개됐다. 1960년에 창업한 이 기업은 트렌드의 변화에 맞춰 혁신과 변신을 거듭해 왔다. 1960년대는 산업화 흐름에 맞춰 공업공구인 ‘줄’을 생산하고 1970년대는 경제발전으로 쌀 소비가 급증하자 ‘쌀통’을 공급해 큰돈을 벌었다. 지금은 자동화설비 신기술로 앞서가고 있다. 어떻게 줄과 쌀통에서 자동화설비 핵심부품으로 과감히 바꿨을까. 노동집약적인 산업화시대를 넘어 ‘기술집약의 시대’로 발전하는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산업설비 자동화시대를 미리 준비 하였다고 한다(조선일보 2014. 8.11). 울산에도 이러한 비전제시형 리더십이 있어야겠다.

변혁적 리더십은 또한 구성원을 변화시켜 혁신을 이룰 것을 요구한다. 대표적 변혁적 리더로 꼽히는 잭 웰치 전 GE회장은 변화와 혁신으로 20여년간 GE를 이끌었다. 그는 카리스마와 열정을 가지고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구성원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자서전 <끝없는 도전과 용기>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용기’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작금의 울산경제의 위기는 노사갈등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각자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잭 웰치는 구조조정으로 10만명이상의 종업원을 내보내면서도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그들을 변화시키고 혁신을 이끌었다. “기업이 세상의 변화속도에 뒤지면 도태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울산의 기업이 위기를 넘기려면 리더십부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 혁신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정구열 UNIST 기술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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