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태 울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뇌피로증후군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하루에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 양은 인체의 모든 근육이 사용하는 에너지 양과 동일한 수준이다. 신경을 집중해 일을 하고 나면 심한 피로를 느끼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몸은 별로 쓰지 않았는데 피곤하고, 수면 중에 자주 깨고 목, 어깨가 결리는 등의 증상을 자주 겪는다면 뇌피로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인체에서 아주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습관들에 대해 알아본다.

업무·인간관계 등 지속적인 스트레스
회복능력 떨어뜨려 뇌 기능 저하시켜
불규칙 수면도 뇌 노폐물 쌓는 지름길
긍정적인 마음과 혼자만의 시간으로
뇌가 충분히 쉴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스트레스는 줄이고, 기분 좋은 상상만!

우선 건강한 뇌를 위해서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부터 줄여야 한다. 업무에 대한 지나친 걱정, 원만하지 않은 인간관계 등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뇌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정형태 울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고, 이러한 호르몬들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뇌의 회복능력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상황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좋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건강한 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때에는 뇌에 신경전달이 원활하게 이뤄져 두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두뇌 능력이 우수해지기 때문이다.

정형태 전문의는 “뇌는 크게 감정·본능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의지·판단 등 이성을 주관하는 대뇌피질로 나뉜다. 변연계와 대뇌피질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뇌의 가장 안쪽에 있는 시상하부에 서서히 부하가 걸린다. 시상하부는 우리 몸의 혈압·호르몬·체온·맥박의 조절 등 생명과 직결된 일을 담당하는데 이런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것이 뇌피로이다. 시상하부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는 느리기 때문에 증상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뇌피로가 쌓이면 결국 ‘뇌피로증후군’을 앓게 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장염·위염·구내염 등 각종 감염증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진다.

◇수면은 뇌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시간

하루동안의 감각적 자극, 경험, 지식, 감정 경험 등은 두뇌속에 간직되어 있다가 잠자는 시간에 정리된다. 그러나 불규칙한 수면이 지속된다면 뇌는 피로를 유발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만큼 숙면이 중요하다.

정형태 전문의는 “숙면은 낮시간에 받아들인 다양한 정보 가운데 제거할 것은 제거하고, 남겨둘 것은 남겨둬 두뇌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숙면을 취하게 되면 우리는 다음날 가쁜한 상태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며, 반대로 수면이 부족하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면 우리의 뇌는 전날 정리되지 못한 다양한 뇌자극들이 뒤섞여 무거운 머리를 떠안고 힘겨운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결국 수면 시간 동안 처리되지 못한 다양한 정보는 근육의 피로현상과 마찬가지로 뇌 속의 노폐물이 된다. 또 과도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두뇌의 피로를 초래하고, ‘만성피로’ 혹은 ‘피로 증후군’을 유발시키게 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현대인의 대부분이 두뇌의 피로에 의한 과도한 피로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지만 사회생활과 지나친 학습에 의한 스트레스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 갖고, 좋은 것 보고 들어야

단순히 몸을 쉬게 한다고 해서 뇌피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뇌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게으름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 ‘한 주 동안 고생했으니 오늘 만큼은 게으름 좀 피우자’처럼 마음을 편히 먹는 것이다. 이는 대뇌피질과 변연계가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뇌 휴식을 위해서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됐다는 느낌을 갖는 게 중요하다.

또한 뇌피로가 잘 쌓이지 않는 뇌를 만드는 방법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정형태 전문의는 “오감(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에 기분 좋은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면 시상하부 기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며, 온종일 업무에 시달리던 사람이라도 퇴근길에 잠깐 노을을 보거나, 상쾌한 바람을 느끼거나, 나뭇잎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뇌를 만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뇌에 깊이 있는 자극을 주지 않는 ‘TV 시청’은 뇌 건강에 이롭지 않다. 아무런 생각 없이 내용이 뇌에 들어왔다가 금방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 등과 같은 취미활동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건강한 뇌를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일을 함으로써 뇌를 자극하면 뇌세포 시냅스의 성장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정형태 울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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