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관영매체가 북중 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탈북자 강제북송과 이 때문에 발생하는 ‘조선족-탈북자 가정’의 비극을 심층 조명한 기사를 게재해 배경에 관심이 주목된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21일 ‘두 세계 사이에서’라는 기사에서 탈북여성에 대한 강제북송과 그로 인한 비극적 실례들을 거론하며 “중국의 조선족 입장에서 탈북자 문제는 가족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르포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기사에 따르면 1990년대 북한에 발생한 대기근 속에서 많은 북한주민이 국경을 넘어 연변지역에 정착했다.

당시 북중 접경지역에서 ‘국제결혼’은 일반적인 현상이었고 연변지역에 들어온 탈북여성이 중국의 조선족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북중 접경지역 단속이 강화되고 중국에 정착한 탈북여성들이 당국에 적발돼 강제 북송되면서 모친 없는 아이들이 생겨나게 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이 아이들은 많은 경우 모친의 보살핌 없이 아빠와 할아버지 할머니에 의해 양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접경 지역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인 량모 씨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제북송된 탈북자 모친을 둔 아이들을 알고 있다고 말했고, 접경지역의 한 마을병원에서 12년간 근무해온 정진난 씨 역시 그런 아이들을 여러 명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 씨는 “그 여성(탈북여성)들은 보호받아야 하며 그들의 아이들은 모친의 사랑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연변 라디오방송국은 지난해 강제북송된 모친을 둔 아이들 사연을 소개하며 시민의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탈북자 출신 조카가 변태 남편에게 고통받는 사실을 알면서도 탈북자를 도와줬다는 사실이 당국에 적발돼 처벌을 받을까 봐 도와주지 못했다는 중국인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신문이 이처럼 조선족-탈북자 가족의 비극적 사례를 잇달아 소개한 것은 결국 중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강제북송 등 북한정권을 의식한 탈북자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주요 인권현안으로 다뤄지는 탈북자 문제는 중국이 언급 자체를 꺼리는 민감한 주제로, 중국 관영매체가 이런 기사를 이례적으로 게재한 것은 냉각된 북중 관계 및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변화 조짐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신문은 실제로 이날 기사에서 한국언론 보도를 인용, 중국이 지난 8월 중국-라오스 국경지역에서 체포한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않고 한국으로 보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일부 전문가는 이를 중국의 대북정책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본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탈북자들을 강제북송하지 않은 것은) 중국이 국제적 이미지를 더욱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창이(金强一) 옌볜(延邊)대 교수의 분석도 소개했다.

한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탈북자에 대한 영문표기로 ‘노스 코리안 디펙터’(North Korean defectors)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탈북자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영문표기로 중국당국이 탈북자에 대해 “‘탈북자’가 아니라 ‘불법 월경자’”라며 ‘불법 월경자’라는 표현을 고수하는 것과 사뭇 배치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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