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소개소 세명 중 한명꼴...일감 못구해 빈손으로 귀가

직업소개소도 운영난 호소

▲ 지난 18일 새벽. 울산 중구 학성동의 한 직업소개소를 찾은 일용직 근로자들이 경기불황으로 일감을 못찾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8일 새벽 5시 울산 중구 학성동의 한 직업소개소(인력사무소). 영하 6.1℃, 체감온도 11.2℃로 올해 들어 가장 쌀쌀했던 칼바람 속에도 구직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무실 내 난로가 채 데워지기도 전에 10여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가득찼다. 하지만 이들 중 일을 구하지 못한 3분의1은 다시 새벽길을 되돌아 가야했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새벽 인력시장에 추위보다 더 매서운 고용한파가 덮쳤다. 업체에 구직자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는 직업소개소 조차 덩달아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한 일용직 근로자는 “새벽 추위보다도 일이 없는 고통이 더 춥다”며 지역 경기불황을 대변했다.

“최영동씨, 김철호씨(이상 가명) 밖으로 나오세요.” 사무실안을 채운 십 수명의 눈이 일제히 이름을 부르는 업체 직원을 향했다.

‘호명된 이들은 소개소 불이 켜지기도 전인 새벽 4시30분부터 나와 기다렸다’고 옆에 서있던 소개소 사장이 귀띔을 했다. 최근에는 일감 자체가 없어 이들의 출근시간은 더욱 빨라졌다고 한다.

일용직 경력 10년차인 송대헌(60·가명)씨는 “하루먹고 하루 버티는 사람들에게 이름이 불린다는 것은 ‘오늘 하루도 살 수 있겠구나’라는 의미”라며 “겨울 들어서는 2~3일 건너 하루 가는 것도 감지덕지”라 말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하루살이’라고 했다.

이 소개소에는 3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이 중 10여명은 오전 9시까지 일을 찾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송씨의 이름도 끝내 불리지 않았다.

구직자를 업체에 소개해주고 수수료로 운영되는 직업소개소도 매서운 ‘경기한파’를 체감중이었다.

북구 호계지역의 한 직업소개소는 오전 5시도 안돼 사무실 문을 열었지만 추운 바깥 날씨만큼이나 휑한 모습이었다.

사무실안에는 작은 강아지 한마리와 직원 1명만이 난로앞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북구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현장이 속속 생겨나 이에 대한 기대로 지난 8월에 문을 열었다는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보통 일당 10만원 중 10%인 1만원을 챙기는 직업소개소는 결국 일감이 많을 수록 이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경기가 좋을때는 한 업체에만 수 십에서 많게는 100명도 넘는 사람을 보냈는데 올해는 하루 전체 통틀어 20~30명 선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한 직업소개소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보통 건설현장 등 몇 달에 걸쳐 진행되는 일터의 경우 직업소개소에서 직접 근로자들에게 당일 임금을 지급하는데 업체로부터 일명 ‘스메끼리’(손톱깎이)라며 60여일 이후에나 수수료와 함께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가령 하루 10명을 일터로 보낼 경우 당일에만 구직자 임금으로 100만원씩을 지급해야하지만 2개월 뒤에나 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전기료, 사무실 임대료, 직원 임금 등을 계산하면 소개소 유지가 녹록치 않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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