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망 해킹’ 두가지 상황…“진짜 안전한가” 의구심 여전

한국수력원자력이 22일 오후 해커의 원자력발전소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한수원은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훈련 상황을 언론에 공개했으나 정해진 각본대로 진행, ‘100% 안전성’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이날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교육훈련센터 모의제어반에서 ‘원전 사이버 공격대비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는 윤청로 월성원자력본부장과 이성관 발전팀장을 비롯해 안전·원자로·터빈분야의 차장 등이 참여했다.

55분간 진행된 훈련은 중수로인 월성원자력 2호기의 ‘냉각재 압력체적 제어 프로그램 고장’(25분간)에 이어 ‘전산제어 완전 상실’(30분간)이란 두 가지 상황을 가정했다.

본래 실시하기로 한 ‘감속재 온도 제어프로그램 상실’ 훈련은 시간 관계상 생략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다른 모의상황 훈련과는 달리 대본을 읽지 않고 설정한 역할에 맞춰 차분하게 진행했다. 즉 실전처럼 훈련에 임했고 대본을 모두 기억했다.

원전·원자로·터빈 차장이 동시에 “셋, 둘, 하나, 전환”이라고 외치며 버튼을 누르자 ‘삐익~’ 소리를 내면서 오작동하던 터빈·원자로제어 기기가 정상 작동했다.

훈련 내내 차장들은 번갈아 가며 발전팀장을 향해 “보고 드리겠습니다”, “수동 전환이 필요합니다”, “노말(보통)에서 솔리드(고체) 모드로 전환” 등의 대사를 반복했다.

원전이 비정상 작동한 지 20여분이 지나서야 원자력안전위원회·경북도청·경주시 등 대외기관에 긴급 상황을 보고했다.

두가지 상황의 훈련에서 발전팀장이 “됐어. 정상으로 돌아왔어”라고 각각 말한 뒤 훈련은 끝났다.

월성원자력본부는 매년 상·하반기 2주씩 100가지 상황을 가정해 집중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발전팀장은 “평소에도 자주해온 훈련으로 이번에도 아무 이상없이 잘 끝났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국민들 걱정은 알지만 과민반응”이라며 “원자력발전소 제어망은 사무용 업무망과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어 악성코드 침투 등 사이버 공격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안 전문가들은 외부 인터넷에서 완전히 격리돼 있다 하더라도 USB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보안의 경우 절대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게 일반적이다. 우려하는 상황은 사이버 공격의 가장 기본인 사람이 직접 컴퓨터를 조작하는 해킹”이라며 “내부자료와 도면이 해킹되는 상황에 원전 제어망이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이와 관련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월성원자력본부 측은 “악성코드가 침투해도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보호설비는 아날로그 계전기로 이뤄져 있어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했다.

이날 훈련은 두가지 상황에서 10분씩만 실시해도 충분했지만 25분간, 30분간 각각 실시한 점도 보여주기식 훈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상황을 지켜본 보도진은 대부분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이렇게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다.

한편 이번 훈련은 23일까지 월성원전을 포함해 경북 울진 한울, 부산 기장 고리, 전남 영광 한빛 원전 등 4개 원전본부에서 실시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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