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혔던 지난 2014년
가슴아픈 기억 딛고 다가올 2015년에는
경제적 문제로 인간의 생사 갈리지 않길

▲ 조을제 아이미성형외과의원장 연세대 성형외과 외래교수

청마의 해라고 해서 혹시나 나라의 기운이 좋아지고 민초들의 팍팍한 삶이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시작한 2014년. 나라 안팎으로 참으로 고단하고 슬픈 한 해이다. 모두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상처를 남긴 4월16일의 참사. 그리고 그 뒤에 따르는 많은 얘기들. 다행히 나라는 침몰하지 않았으나 정부의 구조적 무능과 부패가 드러났다. 그러나 밝혀진 무능과 부패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 무능과 부패, 불신과 불통, 2014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의 확산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왔고 그 영향은 나라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 전사들’을 뽑았다. 에볼라 감염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 발생은 지역과 규모가 이전의 발생과는 달랐다. 작년 12월에 기니에서 첫 발병 이래로 1만7800명이 감염돼 6300명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보고됐지만 숨겨진 발병자나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영장류에게서 면역체계를 망가뜨린다. 바이러스 단백질이 우선 감시 세포에 접근해 무력화 시키고 그 세포들의 경보체제를 꺼버린다. 또 다른 단백질은 강력한 바이러스 킬러인 인터페론을 생산하는 면역공장을 폐쇄시키고 그들의 숫자를 불려 나간다. 잠복기동안. 드디어 결전의 날이 도달하고 바이러스들은 혈액으로 진출하고 임파선 같은 인체 보호 조직과 싸움을 한다. 그 결과 고열과 참을 수 없는 통증, 구토와 설사로 이어지고, 탈수와 혈압강하, 전해질의 부족으로 결국 쇼크에 빠져 사망하게 된다. 초기에는 사망률이 90퍼센트에 달했다고 한다. 발병이후 보건 당국(정부와 국제단체 모두)은 무심하게 지나갔고 미국 질병통제 센터나 몇몇 보건 당국자의 경고는 수개월 동안 무시되었다.

에볼라가 서아프리카의 가난한 세 나라를 점령하고 나서야 국제적인 협력과 조치가 발동됐다. 호미로 막을 걸 중장비로 막고 있는 셈이다. ‘타임’지가 취재한 에볼라 전사들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예배당을 격리 병실로 개조해서 몬로비아에서 발생한 첫 환자를 받은 외과의사 그리고 간호사들, 국경없는 의사회의 많은 의사들과 의료인 그리고 보조 인력들, 에볼라로 가족들을 다 잃고 혼자서 에볼라를 이겨낸 후 에볼라 퇴치를 위해 에볼라 희생자들의 시신을 처리하는 숭고한 일을 하는 사람들. 미국 본토에서 라이베리아로 날아온 간호사들. 그리고 바이러스 발견자, DNA 구조를 밝혀낸 유전학자. 광범한 취재를 통해 에볼라 전사들을 취재해서 보도한 ‘타임’지의 노고는 치하할 만 하다. 하지만 에볼라가 서아프리카만의 문제라고 여겨졌을 때는 그들은 그다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아직도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은 평등하다는 전제하에 인류의 보건 문제로 접근 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21일 의료지원단을 파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 편 걱정이 되지만.

가슴 무거운 두 소식이 나라 안과 밖을 대표하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 두 사건 모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하는 사건들이다. 목숨을 잃는 과정까지도 인간의 존엄은 지켜져야 하고 사후에도 그 존엄함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4·16 세월호 참사는 인간의 존엄함이 무참히 짓밟힌 사건이며, 그 사후 처리 또한 모두가 치졸하기 짝이 없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기억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어찌 짐승과 다르다 하겠는가. 에볼라 역시 경제적 문제로 인간의 생사가 결정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면 한다.

조을제 아이미성형외과의원장 연세대 성형외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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