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는 대국자-경영학자는 훈수꾼
학자가 다양한 대안 제시하고 권유하면
경영자는 책임감 갖고 빠른 결단 내려야

▲ 강종열 울산항만공사 사장

대학에서 경영학을 30여 년간 연구하고 가르치다가 경영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경영학자와 경영자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경영학자는 머리만 아프면 되었는데 경영자는 머리와 몸이 함께 피곤하다고 대답하곤 했다. 경영자는 당면과제나 앞으로 다가올 문제들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생각해야 할 뿐더러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또 대안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누벼야만 한다. 실제로 CEO로 취임한 후 지난 두 달 여 동안 업무와 관련하여 매일 보고, 회의, 결재, 현장 순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으며 업무와 관련하여 경향 각지를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한 인사만 해도 수백여 명에 이르고 기타의 일로 만난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또 경영학자는 훈수 두는 사람으로, 경영자는 직접 돌을 쥐고 바둑을 두는 사람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훈수 두는 사람은 게임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지만 바둑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모든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 경영학자는 당면한 경영문제에 대해 경영자에게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권유하기도 하는데 이를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다만 경영자는 자신이 행한 모든 판단과 행위에 대해 본인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고 나 스스로 이러한 CEO로서의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경영문제는 상황의 다양성과 사건 전개의 의외성, 그리고 상대방이 있는 경우는 상대방의 대응성 때문에 대안을 실행하는 데에는 항상 불확실성과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불확실성과 위험은 사람을 망설이게 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경영자는 실행을 해야 하므로 신속한 판단을 해야 하고 결단(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경영학자와 경영자의 차이를 질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영학이라는 학문(이론)과 경영이라는 실천(현실)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이러한 질문을 한다고 생각된다. 의과대학 교수가 의사를 하거나 경제학 교수가 경제 분야 관료를 하고 법학 교수가 (단 자격증이 있을 경우) 법관을 하거나 공학 교수가 엔지니어 역할을 할 때는 수긍이 가지만 경영학 교수가 경영을 한다면 의아해 한다. 과연 경영학과 경영은 별개의 문제인가? 이 문제를 생각하기 위해 경영학의 학문적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경영학은 우선 귀납적 방법으로 그 이론을 도출한다. 우수한 경영성과를 보이는 여러 경영사례를 종합하여 의미 있는 가정을 하고(이를 가설이라 한다) 유사한 상황에서 그러한 가설이 성립하는지를 검증하여 이론으로 정립한다. 이 경우 경영의 실천결과가 바탕이 되어 이론이 축적되므로 이론과 실천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복잡다단한 경영의 현실을 압축하여 모방한 모형을 만들고 이 모형을 조작하여 경영환경의 주요 요인이 변화되었을 때 어떠한 결과가 도출되는가를 확인하여 경영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모형을 만들 당시 제거되었던 다양한 요인들을 실제 의사결정에서는 보완하여 검토하므로 이 역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결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경영학 이론은 현실과 유리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경영학자가 경영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경영을 실천하는 측면에는 이론에서 일일이 고려하기 힘든 수많은 요인들이 얽혀 있고 이런 상황들이 경우와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려운 것은 경영이 다루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인간의 행동에 대한 다면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얻은 실무 경험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경영학 이론만 아는 초보 경영자에게 이러한 원숙한 경험의 중요성은 절대 무시될 수 없으며 따라서 선배 경영자 강호제현의 많은 가르침을 구하는 바이다.

강종열 울산항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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