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물’로 부상한 마윈(馬雲·잭마) 알리바바그룹 회장과 중국 정부의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중국 국무원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이 지난 28일 알리바바의 위조상품 유통, 뇌물 수수 등 불법행위를 적시한 백서를 발간해 공개했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이 행정지도를 통해 기업의 빗나간 활동을 지적하면서 큰 사고를 예방하는 관리감독으로 볼 수 있지만, 경제계에서는 마 회장과 알리바바가 정부와 업계에 ‘미운털’이 박힌 데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제45차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마 회장의 활동을 보도하면서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지난 21일 다보스포럼에서 리 총리가 연설할 때 맨 앞자리에 마 회장이 배석했는데 연설 전후에 마 회장과 악수를 하지도 않은 것 같다고 일부 언론이 지적했다.

마 회장은 이런 보도를 접한 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악수도 했다”고 해명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서먹한 분위기가 감돌았음을 추측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일이 외부에 알려진 뒤 중국 정부 관료들이 세계적인 인물로 우뚝 선 마 회장의 존재에 대해 부담스러워 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해 9월 알리바바가 뉴욕증시에서 ‘상장 대박’을 터트리며 중국의 최고 부자로 올라선 이후 마 회장의 영향력과 지명도가 수직 상승한 이후에는 더욱 심해졌다.

중국을 찾는 외국 고위직들이 고위 관료보다 마 회장을 만나려고 애를 쓰는데다 중국관련 협력사업 요청도 그에게 집중되면서 ‘관(官)을 능가하는 인물’로 인식돼 견제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알리바바의 급부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사업영역 침범으로 느끼는 일부 업계 분위기도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경제계 사정에 밝은 한국인 상공업계 인사는 “알리바바가 금융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은행들이 정부에 제지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알리바바의 공격적인 영업 확대로 부담을 느끼는 분야들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을 통해 확보한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리바바가 인터넷 금융, 민간은행, 개인신용정보 조회업, 관광업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사태가 돌발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마 회장이나 알리바바에 대한 중국 정부와 관련 업계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가 정부의 비판에 반격 태도를 보이자 중국 인터넷 매체 ‘BWCHINESE’는 30일 ‘마윈이 중국식 ’훙창(紅墻)정치‘(공산당이 주도하는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민간이 관료와 다투지 못한다는 의미의 ‘민불위관투’(民不與官鬪)라는 속담을 들며 정부에 대한 격식을 갖추고 적절한 정치력을 가질 것을 권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1999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작은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한 뒤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마 회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