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등 60여개 국내 기업 진출
중국 내륙시장의 허브역할 허난성

▲ 정갑윤 국회부의장

우리 일행이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洲)시에 도착한 때는 겨울의 한가운데였다. 아직 석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때문인지 미세먼지가 많고 한적한 느낌과 더불어 언젠가 한번 와 본 듯한 친근감이 들었다. 아마도 우리가 좀 더 젊었을 때 겪었던 삶의 추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허난성은 중국 중원문화의 발상지이자 중국내륙시장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 동안 정관계 인사들이 주로 방문했던 북경, 상해, 톈진, 중경 등 주요도시를 배제하고, 우리 일행이 허난성을 방문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서 서서히 중국 내륙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허난성 정저우시 및 주변 위성도시를 중심으로 롯데 칠성 음료, CJ 사료 등 약 60개의 우리나라 기업들이 진출 중에 있으며, 차츰 늘어날 추세이다.

궈겅마오(郭康茂) 허난성 당서기를 만나 우리기업들과 교민들에 대한 당부를 하고, 찾아간 곳은 선사시대와 상왕조 및 주왕조의 유물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유서깊은 ‘하남박물원’이었다. 박물원(관) 부속연주단인 ‘화하고악단’은 중국의 고대악기와 음악을 복원하고 연주하며 중국 음악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찾는 일에 앞장서고 있었는데, 재미난 것은 그 악단이 연주하는 악기가 무덤들에서 나온 유물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중원’이라 일컬어지는 허난성에는 소림사가 있다. 소림사 가는 길 좌우에는 1000 여개의 (무술)체육학교가 있었다. 세계 각지로부터 온 수련생들이 저마다의 꿈을 갖고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는데, 특히 아프리카 흑인들로만 구성된 시범단의 무술시범을 보면서 ‘글로벌’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보게 되었다. 세계인이 무술을 통해 서로 꿈을 나누고 있는 것도 아름다워 보였다.

허난성보다 남쪽에 있는 저장성(浙江省) 원저우(溫州)시에 도착하자 비행기 트랩부터 붉은 카펫트가 깔려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대대적인 환영을 해줘서 놀라웠다. 우리나라 제주도와 같은 온화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원저우시는 바다를 매립해서 ‘한중산업단지’를 조성 중에 있으며 우리나라 중소기업 유치에 한창이다. 작년 11월에 기업유치를 위해 한국을 다녀간 원저우시 천이신(陳一新) 당서기는 온화한 외모와는 달리 대단히 적극적이고 친화력이 뛰어난 지적인 분이다. 중국 속담에 ‘처음 만나면 낯설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친구가 된다(一回生, 二回熟, 三回是朋友)’라는 말이 있다. 천 서기와는 두 번째 만남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랜 친구(老朋友)’가 된 것 같은 친밀감을 느꼈다. 이것이 아마도 세계인과의 ‘마음 나누기’가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허난성 정조우시에서 만찬 테이블은 콩, 조 등 곡물로 국회 마크가 장식되어 있었는데, 저장성 원저우시에서는 꽃으로 태극기 무늬가 수놓아져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소주와 중국 맥주 칭따오를 섞어서 폭탄주를 만들어 다 같이 러브샷을 하면서 우의를 다졌다. 일행을 두고 나는 옆방에 대기하고 있는 수행원들 방으로 가서 그들과 함께 다시 폭탄주를 마셨다. 그들은 오늘 두 가지를 처음 봤다면서 좋아했다. 당서기가 취한 것을 처음 봤고, 국회부의장이 자기들에게 술을 만들어 주는 것도 처음이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외빈으로는 최고위급 인사였다는 후문이다.

원저우시는 낭만이 있었다. 학사모 모양의 지붕을 지닌 현대식 시청사는 해자로 둘러져 있었다. 과거와 현대가 함께 숨 쉬면서 이루는 절묘한 조화가 아니겠는가? 원저우시의 젓줄인 남계강! 유구한 세월 속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위에 수많은 한량들이 애달픈 사연들을 남기고 갔으리라. 지난밤 폭탄주 생각에 나도 시흥에 겨워 작자 미상의 시 한수를 떠올려 보았다. “兩人對酌山花開(양인대작산화개) 一杯一杯復一杯(일배일배부일배) 我醉欲眠君且去(아취욕면군차거) 明朝有意抱琴來(명조유의포금래) 두 사람이 마주앉아 술잔을 나누니 산꽃은 피고/한 잔 한 잔 또 한 잔/나는 취해서 자고 싶으니 그대는 이만 가시게/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오시게.”

정갑윤 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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