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유가 변동은 석유기업의 큰 숙제
초저유가 비상경영체제 돌입한 석유公
전면적 체질개선 등 생존전략 찾기 최선

▲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작년 6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국제유가가 올해 1월에는 배럴당 46달러까지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이는 약 7개월 동안 60% 이상 하락한 것인데, 이 정도의 폭락은 지난 1986년과 2008년 국제석유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매우 드문 현상이다. 비 OPEC 공급 강세, 미 달러화 강세, 지정학적 불안요인 완화 등 유가 하락의 분명한 이유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공사에서 근무한 이래 이렇게 절실하게 체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공사 창립 멤버로서 지난 36년간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고유가 및 저유가의 위기 상황에서 공사는 꾸준히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1979년 ‘석유수급의 안정,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라는 설립 목적을 품에 안고 창립된 만큼, 국내외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해 왔다. 제2차 석유파동 이후 석유사업기금을 징수해 유가 인상 충격을 완화했고, 걸프전 당시에는 비축유를 방출해 국제수지를 개선한 바 있다. IMF 외환위기 때는 민간 기업들이 석유 개발 사업에서 속속 철수하자 석유안보와 경제성을 동시에 고려한 동적비축을 도입하기도 했다. 공사 사업의 큰 축이 되는 석유자원 개발, 석유비축, 석유유통구조 개선 사업을 통해 공익을 추구하는 국영석유기업의 역할을 다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유가의 변동은 항상 석유기업에 큰 숙제를 안겨준다. 저유가 상황에서는 고유가에 대비해야 하고, 고유가 상황에서는 저유가에 대비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업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때마다 찾아오는 위기 상황을 기회의 전환점으로 돌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개발은, 석유비축과 장기 해외 간접비축으로 이해될 수 있다. 국내 9개 지사에 충분한 비축 물량과 시스템을 확보해 단기 유가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10년 이상 원유 생산이 가능한 해외 광구를 확보해 공급 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기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공사는 작금의 저유가 시대를 타개하기 위해 장·단기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고, 이에 전 직원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지금 세계 석유기업들은,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지 않기 위해 저유가임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투자와 지출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저평가된 양질의 자산을 매입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생산 원가를 낮추려는 노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인데 그만큼 저유가 상황은 참고 견디는 것이 능사가 아닌, 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야 함을 반증하고 있다. 공사 역시, 언제 반등할지 모르는 초저유가 상황에 맞서 KNOC만의 ‘생존’전략을 찾고 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자세로 강도 높은 비용절감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비축유 구입과 같은 저유가 상황에 유리한 사업을 적기에 추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비상경영 체제로 경영쇄신반을 운영하며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요동치는 국제유가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는 때때로 위협적인 상황에 놓인 바 있다. 하지만 공사는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 상황을 겪으며 유가에 대응하는 자세를 학습해 왔고, 대한민국 유일의 국영석유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했다. 오늘 이 시간에도 공사는 힘든 위기 상황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지만, ‘필사즉생’의 자세로 유가 위기에 맞서고 있다.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