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도시든 번화가라고 하면 빽빽한 빌딩 숲과 사람들 그리고 자동차가 가득한거리 풍경을 연상하게 된다. 거기에다 우리 나라만이 갖는 도시의 복잡한 특색을 더한다면 건물을 압도하는 거리간판을 빼놓을 수 없다.  울산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듯 하다. 소위 번화가라고 하는 곳을 가보면 현란한 거리간판이 무질서하게 설치되어있어 간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있다. 간판의 주요 목적은 남에게 알린다는 광고의 기능이지만, 그러한 역할보다는, 무조건크고 봐야 한다는 상인들의 경쟁의식 속에 간판인지 건물인지 구분조차 힘들 정도로 각종 간판들이 심각한 시각공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자기업소만을 알리기 위해 남을 무시하는 소모적인 간판경쟁은 시민에게 안내의 기능보다, 오히려 도시의 시야를 좁혀주거나 불안감을 제공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시의 어지러운 간판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지만 어떻게 정비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그 방안으로 먼저 간판은 건물과 거리의 조화를 고려한 총체적인 시각환경으로부터접근이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간판의 구성요소인 색채, 글꼴, 글자크기 등 낱 간판의여백 안에서 대상업소의 아이덴티를 살리는 시각적 구성요소에만 국한되었다고 볼 수있다. 간판이라고 하는 매체는 특성상 그 지역의 역사,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시각적 요소만으로 판단하고 개선할 문제는 아니다. 즉 간판은평면이 아닌 공간에 설치되기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인접 간판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간판과 간판사이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여야만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다.  말하자면 지금부터는 각 업소마다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보다 전체적인 거리환경을 고려한 간판설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간판에 담을 내용은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통일성을 주어야 한다. 현재 시내에 설치된 간판을 보면 그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글자들이 어지러울 정도로 거리를 혼잡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건물 유리창에 붙인 썬팅 글자들, 간판과 간판사이의 현수막까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있다. 하나의 간판을 생각할 때는 다양한 글자체가 적용된 것이 생동감 있게 보일지 몰라도 그러한 다양성이 많아질 때는 시각적 혼란을 가져온다. 그래서 간판은 각 상점마다 개별적으로 시각요소를 결정하는 것이지만 색채, 글자꼴 크기, 등 디자인요소에 대해서는 선택적규제사항을 두어 도시의 통일된 이미지 주어야한다.  셋째 건물의 위치나 형태를 고려한 간판의 부착위치나 크기를 결정할 수 있는 디자인 기본 틀을 마련하야 한다. 간판이란 우리가 살고있는 거실의 그림과 같다. 즉적당한 크기의 액자와 여유 있는 벽면공간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그 그림이 눈에 잘 띄듯이, 간판 역시 마찬가지이다. 많은 간판이 건물전체를 덮는 것보다 건물의 특색을 살리면서, 주위환경을 고려한 적당한 크기의 간판이 쉽게 읽혀지며 또 보는 사람의 시야를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간판이 오래 기억된다.  끝으로 간판은 먼저 시민의 보행편의와 안전을 고려하여 설치되어야한다. 간판이 길거리에 나와있어 걷는데 방해가 되거나 옥상 위나 건물과 건물사이에 위험하게 설치되어 보행자들에게 불안감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간판은 도시의 예술이라 할만큼 얼마나 심플하고 편리하고 조화를 잘 이루고있는가 하는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얼마만큼 규정을 지키느냐에 따라 문화수준의 척도가 바뀐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길거리에서늘 대하는 간판들이 그 지역의 총체적 문화를 말해주는 얼굴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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