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은 둘(2)이 하나(1)된 ‘부부의 날’

올해 결혼 30주년 맞은 임재탁·신길년씨 부부

▲ 부부의날을 맞아 만난 임재탁·신길년씨 부부가 처음 만난 시절을 떠올리며 웃고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부부의 날’.

갑작스레 쓰러지며 기억기능에 장애를 겪고 있으면서도 아내와의 추억을 잊지 않고 있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24시간 곁에서 보살피는 아내의 이야기가 부부의 날을 맞은 이웃들에게 미담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임재탁(57·뇌병변2급)씨와 신길년(여·55)씨 부부.

올해로 결혼 30주년을 맞았다는 이들 부부는 울산 북구 이웃 주민들에게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유명한 커플이지만 사실 이들 부부의 웃음 뒤로 처절했던 삶과 그로 인해 돈독해진 가족애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젊은 시절 자수성가해 가정을 꾸려 4남매의 가장으로서 밤낮없이 일을 하던 남편 임씨는 12년전 갑작스레 쓰러졌다.

사업실패 후 가족을 위해 ‘자는 것도 아깝다’며 스스로 몰아친 결과였다. 의식을 차렸지만 뇌손상으로 몸을 가누기는 커녕 말 조차 하지 못했다. 끝내 장애 판정을 받았다.

몸보다 임씨가 다친 것은 마음. 가장으로서 더이상 경제적인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겹쳐 스스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곁은 지켜준 것은 그의 아내 신씨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막내아들과 사춘기에 접어든 세 딸을 두고 쓰러진 남편에 대해 원망보다는 ‘왜 그때 남편 어깨의 짐을 덜어주지 못했을까’라며 오히려 남편 곁을 더욱 든든히 지켜나갔다.

연애시절은 물론 남편이 쓰러지기 전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함께 하고, 공연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신씨는 “당시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과 지원이 절실할 때 였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닐 정도였다. 아이들이 그런 환경에서도 잘 성장해준 덕분에 나도 버틸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가족들의 사랑으로 임씨의 건강은 현재 많이 호전된 상태. 그러나 아직 보행장애를 갖고 있고, 뇌 손상으로 방금 일어났던 일을 금방 까먹고 만다. 하지만 쓰러지기 전 아내와 4남매와의 기억은 생생하다.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아내 신씨가 “몸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면 좋겠지만 지금도 기적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나이들어서도 계속 이렇게 내 남편이자 4남매의 든든한 아빠로 있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남편 임씨는 “이하동문. 늘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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