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용 영산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지역 언론에 부는 바람이 매섭다. 하루가 다르게 미디어는 진화하고, 콘텐츠 서비스는 새로워진다. 독자와 이용자들의 요구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빨라진다. 광고주들의 광고비 지출은 줄거나 그대로인데, 매체는 늘어난다. 세상의 변화는 빠르고 보도할 사건은 많은데, 취재 인력은 부족하다. 지역 언론이 어려운 여건에 처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거세게 몰아닥치는 변화의 바람은 세차고 혹독하다.

지역 언론의 한 표상으로 우뚝 선 경상일보가 창간 26주년을 맞았다는 것은 지역민들 모두가 자축하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지난 20여 년의 시간은 사회적으로 가장 변화의 폭과 강도가 컸던 시기다. 특히 정보통신,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미디어와 같은 전송수단의 진화와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종편과 같은 방송매체의 확산이 초래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는 언론 환경을 크게 바꿔 놓았다.

경상일보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현재 매섭게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도 잘 헤쳐나가리라 본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 노하우, 뚝심으로 위기를 또 다른 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믿는다. 여기에 독자들의 성원, 지역단체와 지역기업들의 지원, 지자체와 지역민의 응원이 더해진다면 경상일보는 뿌리를 더 튼튼히 내리고 지역 언론의 거목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앞으로 경상일보가 뚫고 나가야 할 미디어 생태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몇 가지만 짚어 본다. 첫째, 인터넷포털과 모바일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둘째, 매체별 광고 유치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셋째, 고객들은 문자 텍스트보다 영상 콘텐츠를 선호한다. 넷째, 종합 매체보다는 전문분야의 매체나 건별 콘텐츠를 찾는 이용자들이 늘어난다. 다섯째, 수도권 또는 글로벌 매체들의 지역 유입으로 매체 간 경쟁이 더 강화된다.

이 중 어느 것도 지역 언론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그래도 아침마다 바로 신문을 찾는 세대, 신문을 손에 쥐면 세상을 손에 쥔 것 같은 느낌을 갖는 세대, 지역 언론에 애정을 갖고 지역소식을 관심 있게 보는 지역의 열혈독자가 건재하니 한번 해볼 만하다. 경상일보가 창간 정신을 살리고, 변화에도 적극 대응해서 지역 정론지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하며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기사를 좀 더 세분화하고 전문화 할 필요가 있다. 기사의 목표 독자층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기사를 좀 더 깊이 있게 쓸 필요가 있다. 둘째, 스토리가 있어서 울림을 주거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를 더 발굴 보도할 필요가 있다. 거대 담론이나 사회 상층부의 거창한 뉴스가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나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내 이웃에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지역민들에게 위로를 주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다. 셋째, 지역민들을 가능한 대로 신문 기사 작성에 참여토록 한다. 현재처럼 독자 기고, 독자 사진을 싣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기사나 그룹 대담 기사를 수시로 기획해 기사화하는 등 경상일보가 지역민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역 언론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카툰이나 화보도 좀 더 과감히 도입한다. 문자보다 그림이나 영상을 더 좋아하는 세대의 기호를 반영해서 기사 제작 형태의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근용 영산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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