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 연구에 있어 한두개의 형상을 새롭게 찾아내고 또 그것을 채록하는 것 자체는그리 대단한 연구성과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조사자가 더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투자해 암면을 세밀하게 관찰하다보면 알려진 것과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을찾아낼 수도 있고 같은 형상을 두고도 얼마든지 다른 견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적의 채록조사는 매장문화재에 대한 발굴(fouille)에 해당되는 것으로 암각화 연구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채록조사는 대부분 고고학적 발굴처럼 한번의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일유적에 대해 여러 번에 걸친 반복조사가 가능하며 조사 내용도 연구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결국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더욱 완벽한 내용을 메꾸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현장 채록보다는 유적과 형상의 의미 해석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어져 왔다.  유적에 대해 처음 채록조사를 실시한 문명대 교수는 1984년 발간된 종합보고서를 통해서 모두쪼기와 선쪼기란 모두쪼기와 선쪼으기 혼합기법으로 크게 세가지의 새김법 분류와 다시 하위 5가지 세부분류를 제시하였다. 이후 연구에서는 한발자국 더 나아가 아예 선그림과 면그림으로 간단하게 두단계로 구분한 다음 유적의 제작시기, 경제생활 단계와 변화, 종교적 의미 등의 연구로 곧바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가설 등의 바탕에는 대체로 새김법의 차이(면새김/선새김)에 의한 동물종류 차이(해양성/내륙성) 분석으로 암각화 제작집단이 수렵시기(신석기)에서 농경(청동기) 또는 어로에서 수렵 경제로 이행하는 단계이고 이때 종교관념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깔려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이같은 간단명료해 보이는 구분과 달리 실제 유적암벽에는 이 보다 복잡한 새김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암벽에 새겨진 그림의 각흔들의 깊이와 폭, 크기와 표현기법상의 비슷한 부류를 한데 묶어 유형을 나눈다음 이들 간의 선후관계를 재구성해 새김범 유형을 분류해보면 〈도표1〉과 같이 나눠진다. 이때 유형들 간에는 제작도구와 기법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말해 서로 다른 집단 또는 동일 집단이었다면 시간적인 간격과 도구의 차이를 두고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유형 A〉의 경우 새김이 매우 얕고 미세하게 보이는 그림이다. 그림의 전체적인 크기에 비해 작고 이제까지 선그림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타입과 중복 관계로 볼 때 가장 먼저 새겨진 것으로 보인다.  〈유형 B〉의 경우 가장 많은 수가 여기에 속하는데 이 때 B/2 형상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 즉 B/2처럼 동일형상에서 부분에 따라 새김의 크기와 밀도가 현저하게 다르지만 결국 모두 동일한 시점에 새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시하는 고래그림의 머리부분의 새김 상태를 보면 서로 간격을 두고 있는 반면 중앙의 몸통부분은 각흔의 크기가 매우 거칠고 불규칙하다. 또 아래 꼬리부분처럼 매우 조밀하게 새겨져 각흔을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이처럼 B/2의 사례가 없다면 B유형내에서도 더욱 세분될 여지가 있다.  〈유형 C〉의 경우 일반적으로 속보기 기법 또는 뢴드겐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하여각흔이 비교적 깊고 윤곽선이 매우 규칙적으로 정돈되어 있다. 이 때 뢴드겐 기법에 해당하는 그림은 C-로 하위세분할 수 있다.  〈유형 D〉 경우 A면에서 발견되는 아래로 향한 큰 고래형상과 C면의 중앙에 멧돼지로 추정되는 동물그림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그 수가 매우 적고 가장 나중에 새겨진 것이 분명하며 쪼는 방법과 긋는 방법을 함께 사용된 듯하다.  만일 이 같은 새김법 분류방법으로 지금까지 연구된 내용들을 재검토해 보면 알려진 사실들과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새김법과 형상과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내용 대해 여기서 모두 설명하기 어렵지만 결국 새김법이나 형상판독과 같은 기본적인 조사내용은 이후 분석과 연구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아직 반구대 암각화가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것과는 대조적으로 유적에 대한 매우기초적인 자료도 확보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 기간 침수되어 있어 연구자들이 실제 암면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없고 유적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이어지지 못했다는데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의 형상들은 여러요인들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희미해져만 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앞으로 십년 뒤 쯤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떤 연구보다 하루라도 빨리 유적이 영구보존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앞서 해결해야할 숙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유적원형이 오랫동안 보존된다면 앞으로 얼마든지 훌륭한 연구성과들이 이어질 것이기 기대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도면 반구대 암각화 새김법 분류도, 지금까지 연구에서 반구대 암각화는 흔히 면그림/선그림으로 분류되어 왔지만 실제 암면에는 이 보다 훨씬 복잡한 새김법 차이가 존재한다. 사진1 사연댐으로 인해 오랜기간 침수된 반구대 암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사진2 B/2를 사진으로 잡은 것으로 고래의 머리, 몸통, 꼬리 부분이 서로 다른 각흔으로 이루어져 새김법 판단에 매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다. 좌측면의 맹수류가 덧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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