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술관(파리 오르세 미술관)

▲ 오르세 미술관 내부의 모습. 길다란 구조와 천장의 유리돔에서 과거 기차역 플랫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기차 대형화 등으로 문닫은 오르세역
원형 보존하며 미술관으로 리모델링
밀레·로댕·르누아르 등 작품 한가득
전세계인이 찾는 관광명소로 탈바꿈

밀레의 ‘이삭줍기’와 ‘만종’, 마네의 ‘올랭피아’, 드가의 ‘프리마 발레리나’, 고갱의 ‘타이티의 여인들’, 고흐의 ‘화가의 방’까지.

이름만 들어도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세계적인 명화를 소장중인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프랑스 3대 박물관으로 파리를 방문한 사람이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인 이 곳이 더욱 특별한 점은 50년 가까이 폐선돼 방치된 기차역을 화려하게 재탄생시켰다는 것이다.

◇19세기 인상주의 예술가들의 작품 ...소장한 세계적 명소, 지난 5월5일 프랑스 파리. 

 

세느강을 가운데 두고 루브르 박물관 대각선 건너 편에 위치한 오르세 미술관 입구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아침 일찍부터 언어는 물론 국가, 피부색마저 다른 전세계 방문객들의 방문으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고대에서 19세기까지 작품을 다루는 루브르 박물관과 1914년 이후 현대 미술을 다루는 퐁피듀 센터와 함께 프랑스 3대 박물관(미술관)으로 꼽히는 오르세 미술관은 보통 시기적으로 두 미술관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두 박물관을 잇는다는 시기는 고작 1848년부터 1914년까지 약 66년에 불과하지만 이 곳이 루브르, 퐁피듀센터와 함께 프랑스 최고의 박물관으로 꼽히는 이유를 찾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프랑스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오르세 미술관은 항상 전세계 관광객들로 붐빈다(위). 오르세미술관 외벽 중앙에 자리잡은 시계탑. 미술관으로 바뀌기 전 기차역이었던 이 곳에 파리와 오를레앙을 잇는 철도 운행을 알리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상층~중층~상층 총 3층 구조물 높이 32m, 길이 130m의 미술관 안에는 교과서에서 봤던 19세기~20세기 초 회화부터 조각, 건축, 사진까지 다양한 걸작들이 빼곡하다.

특히 유명 화가들의 회화는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가장 큰 요소였는데 밀레, 고흐, 모네, 드가, 르누아르, 고갱, 마네 등 교과서와 미술서적에서만 봤던 이들의 그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방문객들은 서로 좋은 자리에서 카메라속에 그림과 자신들의 얼굴을 담느라 분주했다.

회화뿐만 아니라 로댕의 지옥의 문 등 조각은 물론 건축과 사진 등 가치가 높은 소장품이 전세계 방문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방치돼 철거 논의되던 기차역이 미술관으로 변신

가격으로도 환산할 수도 없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의 탄생 배경은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끄는 또 다른 요소다.

이 곳 오르세 미술관의 건물과 이름은 기차역인 오르세 역에서 그대로 따왔다. 새롭게 미술관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라 방치된 기차역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활용한 것이다.

1804년 프랑스 최고재판소로 지어져 오르세궁으로 불리던 이 곳은 1871년 화재로 소실돼 폐허로 남아있다가 지난 1900년 파리에서 개최한 만국박람회를 위해 역사(驛舍)로 다시 지어졌다. 그렇게 39년간 프랑스 남서부를 잇는 허브 역할을 하던 이 곳은 기차역 부속 호텔로 많은 여행객들의 회의와 행사로도 북적거렸다고 한다.

하지만 기차의 대형화 등으로 1939년 기차역이 문을 닫고, 1973년께 부속 호텔마저 문을 닫아버리자 철거 논의가 자연스레 이어진 방치된 건물에 불과했다.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활용할 계획은 호텔이 문은 닫은 지 6년뒤인 1979년에 세워졌다. 그리고 1986년 1월에 문을 열었다.

실제로 오르세 미술관 천장의 유리돔과 지상층 공간에서 과거 기차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지상층의 모습은 과거 이 곳이 기차역 플랫폼이었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장소로 방문객들의 이름 난 포토존 중 한 곳이다. 건물 천장 부근 대형 시계도 기차역 당시의 구조물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장소다.

기차를 타기 위해 파리 시민들로 분주했던 기차역은 현재 연간 330만명의 세계 각국 방문객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재탄생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전통과 역사를 사랑하는 프랑스문화, 기차역이 미술관 될 수 있었던 이유”
오르세 미술관 학예사 캐롤린 매티유씨
 

 

35년간 오르세 미술관 학예사로 근무한 캐롤린 매티유(Caroline Mathieu·사진)씨는 기차 역사를 오르세 미술관으로 변모시킨 개척자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미술관이 사랑받는 이유로 “수많은 명작들과 다양한 전시회가 큰 몫을 차지하지만,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역사성도 큰 이유”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르세 미술관 방문객과 소장작품 수는 어떻게 되나.

“오르세 미술관은 1년에 330만명, 누적 6000만명이 찾는 세계적 미술관이다. 소장작품만 8000점으로 현재 2500점 정도 미술관에 전시되고 시기별로 돌아가며 전시된다. 자리가 없어서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사진도 8만점 정도다. 후에 공간을 마련해 루브르에서 이를 옮겨올 계획도 있다.”

-방치된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활용한 계기는.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변신시킨 것은 오르세 미술관이 세계 최초다. 사실 미술관 신축이 시간· 재정적 측면에서 더 나았다. 하지만 기차역 자체가 아름답고 역사성도 있어 그냥 놔두기에는 아깝다는 여론도 있었다. 거기에 당시 루브르 박물관에 작품이 넘쳐나면서 이를 전시할 공간이 필요로 했던 시대적 배경도 작용했다. 옛것과 전통, 역사를 사랑하는 프랑스인의 민족성도 한 몫 했다.”

글=김준호기자·사진=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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